조셉 슘페터는 1차대전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대전의 전비를 분석한
에세이 "조세국가의 위기"를 발표했다. 1919년의 일이다.
전쟁의 초기1년동안 U보트가 매월평균 50만 의 연합국 선박을 수장시킬
정도였으니까 이 총력전의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 대전의 전비는 1913년 달러가치로 계산할때 연합국 동맹국을 합쳐
모두 811억달러를 웃돈다.

슘페터는 교전국의 한계를 넘은 전비조달이 향후 장기에 걸쳐 만성적인
인플레를 야기해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것이며 이러한 혼란의
연속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경제"를 출현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은 그가 생존했을때보다 오히려 지금에 이르러 더욱 적중하고
있다.

정부가 조달하는 자금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세금과 채권.
여기엔 외자도 포함된다. 이 3개의 자금원에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80년대초 외채위기때 본것처럼 일부 외채대국이 채무액의 한도가
넘게될때 융자선은 손을 들게 된다. 내국채발행증가는 외채증가에
선행한다. 증가분만큼의 채권매입 기피현상이 발생한다.

세금징수가 한계를 넘어서면 어떻게 되는가. 조세저항같은 것이 돌출할
것이다.
소극적인 조세저항보다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슘페터가
예언한 새로운 형태의 경제질서 출현이다. 국제회의 같은데서 나오는
미사적인 신경제질서의 얘기가 아니다.

그가 말한 신경제란 지하경제의 융성이다. 지상경제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경제인 지하경제는 탈세의 세계다. 말하자면 "세금제로지대".
그 형성의 원인을 밝히자면 다양한 사회적병리까지를 추급해야하는
것이지만 주된 원인은 과중한 조세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는 60년대 이전까지는 탈세라는게 없었다. 시카고의 마피아보스
샘지앙카조차도 세금을 꼬박꼬박 냈을 정도였으니까.
지하경제의 규모가 어느정도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통계도 없다.
미국에서조차 그 규모의 추측이 GNP의 6%설에서 30%로 천차만별이다.
피터 드러커는 지상경제(GDP)의 15%정도 될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세대국인 스웨덴등 북구의 경우는 30%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느정도일까. 경제연구소마다 다르다. 최저 GNP의
7. 5%에서 최고 47%까지 추산치는 10여종이나 된다.
지하경제란 아편굴경제와 같은 것이어서 제악의 발신지가 된다. "뒷거래
문화"는 여기서 정착된다.

이를 퇴치하는 유효한 제재는 없으며 과중한 세금의 짐을 덜어주는
것뿐이다. 세제의 합리화는 사회문제의 치유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흥망과 관련된다.

가령 18세기초 전후의 시점에서 프랑스가 대국이될 기회를 놓치고
영국이 먼저 패권국이 된 계기는 영국의 세제가 많은 결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앙시앙레짐의 그것보다는 건전했던데 있다.

민주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세금은 국민이 필요로하는 물건,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건설하는 비용만을 거두면 된다. 즉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세금"원칙이다.

최근 정부가 하는 세금구상의 남발을 보면 조세에 대한 이러한 기본
인식이 되어 있는지 의문시된다. 그 모두가 조세원칙 조세체계에서
일탈돼 있다.
사건이 터질때마다 농특세다,환경세다하고 불쑥불쑥 내놓는 식이다.
이러다간 대기오염이 심해졌다고 해서 대기정화세,청사철거 고궁복원을
한다해서 문화재세, 월드컵을 유치한다 해서 체육진흥세 발상같은
사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농특세만해도 그렇다. 농업경쟁력강화라면 농지.산지규제문제 신영
농법 대체작물개발 이농대책 영농기계화 등 종합적인 플랜에서 시작
하는게 순서다. 그런 종합적인 계획도 없이 세금부터 걷고 보자는 것은
위험한 행정모험주의가 아닐수 없다. 목적세를 무슨 유치원 잡부금쯤
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과거 베트남적화를 계기로 자주국방의 필요성에서 방위세를 거둬
들였다. 방위세가 군의 현대화에 끼친 성과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것이
결국 율곡사업비리로 발전하고 그 연장선에서 터진 뇌관이 포탄사기
사건이 아닌가. 피땀흘려 국민이 낸 귀중한 세금이 탕자의 유흥비처럼
운산무소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얘기다.

세금이란 개개의 국민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하여 대상으로
지불하는 돈에 다름아니다.
조세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재건하는 과제도 개혁의 중요한 대목이다.
개혁이란 일을 떠벌리는게 아니고 정부차원이든 관료사회든 또 국민에게
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