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물의 오염사태는 국민모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 물을 마시는
영남주민은 물론이려니와 다른 강가에 사는 사람들의 비감또한 매한가지다.
선진국진입을 갈망하고 있는 이 나라의 시스템이 고약한 악취의 상수도물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지경에 빠질만큼 허술한가 자조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큰 잘못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실패에서
교훈과 개선을 찾지 못하고 이를 계속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낙동강물 오염사태는 일종의 행정적 실패인데 패배의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시 시작할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건이 터졌다하면 난리가 난듯 몇주일쯤 요동치다가도
제풀에 잠잠해지면 서둘러 세웠던 대응책을 꾸준히 일상화시키지 않고
이내 망각하여 줄곧 전철만 밟고 있다.

3년전인 91년3월에 발생한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과 당시의 대응실태를
되짚어보면 지금 그때의 재판이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
당시도 시도와 환경처로 이원화돼있던 수질지도단속체계를 일원화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똑같은 수질업무 일원화대책을 내놓았다. 공무원을 투입하여
상수원상시감시체제를 운영하겠다는 것도 닮은 꼴이다. 수질조사를 공개
하겠다는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당시에 공해방지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이제 환경세 신설로 이름만 바뀌어 부활될지도 모른다.

수질관리인력부족도 그때 나온 문제다. 산업체가 폐수처리시설을 눈가림
으로 가동하는 문제는 3년전에 집중적으로 거론된 일이다.

시민단체들의 수도요금 납부 거부 움직임도 여전한 것이고 국회보사위가
소집되어 수질오염을 집중 추궁하는 모습도 완전히 재판이다.

3년전에는 미국 EC등과 세계보건기구(WHO)기준에 들어있는 페놀이 우리의
수질환경기준에는 빠져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은 발암성물질인 벤젠이
선진국에선 수질기준으로 포함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빠져 있어 문제가
되고있다.

의아스러운 것은 91년3월28일 보사부가 발표한 수질기준강화 계획에 13개
유해물질이 추가되었으며 이중에 벤젠이 들어 있었는데 이것이 어째서 그
뒤에 빠졌느냐는 점이다. 규명이 필요한 일이다.

비단 수질오염문제뿐만 아니다. 전쟁이란 용어까지 동원하여 범죄와의
전쟁을 치른게 수년전인데 요즘 치안당국은 또 비슷한 비상대책에 들어
갔다. 도로아미타불처럼 한때 법석을 떨다가는 냄비식듯 열기가 죽어버려
노상 매일반인 것이다. 다리가 무너져 아우성치며 대책을 강구한 것을 잊을
만 하면 또다른 다리가 무너진다.

각종 대형사고가 그런 꼴로 일어나고 교육개혁이나 부조리추방 경제정책
등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수 있다. 91년초에도 휘발유등 일부품목의 가격
자율화를 내세웠다가 물가상승 요인이라고 미루었는데 올해들어서도 똑같은
일을 겪는다.

작년 한해만해도 우리는 각종의 대형 사건사고와 정책의 급변을 징검다리
건너듯 깡충깡충 뛰면서 지내왔다. 징검다리 돌 하나하나는 단절이며 우리
는 하나의 요란함을 망각에 묻고 또하나의 요란함으로 건너뛰어 사회는
계속 어수선하고 꾸준한 발전이 도모되지 않는다. 징검다리 건너는 허둥댐
이 또한 물에 빠지는 사고를 빚기도 한다.

각종의 "최우선 정책"이라는 것도 이래서 양산된다. 농업대책에 최우선,
물가안정에 최우선,기술개발에 최우선,노사안정에 최우선, 맑은물 공급에
최우선등등 최우선이 너무 많으니 무엇이 진짜 최우선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자연히 나중에 나온 최우선에 먼저 나온 최우선들은 실종되기
싶다. 과대포장과 강도높은 처방으로 정상적 처방들의 효과를 체감시킨다.
거창한 대책이 문제를 다 해결한양 착각시켜 실질적 문제에의 대응은 실종
된다.

낙동강물오염을 해소하여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응급조치는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장구하게 실행할 근본적 대책은 답안지쓰듯
하루 이틀에 성안하여 허둥지둥 발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민심수습용이
아니라 진정한 해결책으로서 꼼꼼히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하급단위에서부터 실천가능한 방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나
여러기관의 설립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필요하면
제도도 바꿔야 하겠지만 현행의 시스템으로라도 모든 부문에서 응분의
책임을 다했다면 지금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제도에 탓을
돌려 제도를 바꿈으로써 문제가 해결된다고 여기면 또 큰 일을 만나게
된다.

망각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세부적인 작은 일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그것이 깨끗한 물을 공급할수 있는 길이며 우리의 모든 "되풀이병"
을 치유하는 방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