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국제화 세게화 개방화란 말이 온 나라안에 넘쳐 흐른다. 아마
UR협상과 쌀개방 반대투쟁을 겪으면서 모두들 크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국민학교 영어교육에 동의하지 않거나 런던의 증권시세를 모르면 마치
대원군시대의 쇄국인물로 치부되는 판국이다.

그러나 명절이면 1천만명이상이 민족대이동에 참여하고 고향가는 차표
한장 구하려고 엄동설한 서울역광장에서 밤을 새운다. 고향 동네 집집마다
부모 형제 모여 앉아 "같은 뿌리"임을 재확인하는 웃음꽃이 핀다. 조상
산소는 더욱 말금하겔 단장되고 종친회모임은 예전보다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또 지난 대통령선거때 후보마다 고풍스런 예복을 갖춰 입고 시조묘소
를 참배.분향하는 장면을 유권자는 똑똑히 보았다.

얼핏 보면 이런 가족.혈연 중심주의는 국제화 개방화의 물결에 역행하는듯
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아정체감(Identity),즉
주체성이 있어야만 건강하게 또 정상적으로 살아갈수 있다. 내가 현재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확인할 때만이 그리고 "뿌리깊은
나무"라는 안정감과 자존감을 가질 때만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꿀리지 않고
당당해질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끈끈한 혈연관계
는 나약한 인간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과 "심리적 기댈 언덕"을 제공해
준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잘 큰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이지 가족끼리 웅집력이 더 강해지고 종친회가 활성화된 사회일수록
다른 인종 민족 국가와 자신있게 대결할수 있다. 국제화란 자기를 온통
내버리고 텅빈 머리와 가슴으로 경쟁의 바다속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국경은 점차 희미해지겠지만 가족과 역사,그리고 전통과 문화는 더욱
강조될 것이므로 정신적 무국적자는 국제경쟁에서 패배하고 말 것이다.
서양이 잃어버린 뿌리를 다시 찾아 나선 오늘,거꾸로 있는 뿌리마저 뽑아
버리려는 동양인이 일부 있다는 것은 지구촌 전체로 볼때 여간 큰 손실이
아니다. 왜 UN이 94년을 "세계 가정의 해"로 정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