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세울수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가? 사람들은 과거 수백년동안
"달걀은 설수 없는것"으로만 여겨왔다. "클럼버스의 달걀"이야기가 너무나
우리들의 머리속에 깊숙히 자리잡아 왔기 때문에 실제로 달걀을 새웨볼
노력도 해 보지 않은채 그저 달걀세우기를 포기해 버린것이다.

꽤 오래전에 "달걀을 입춘에 선다는 수필을 읽은 일이있다. 입춘날 이른
아침에 정성을 다해 달걀을 세워 보았더니 달걀이 우뚝서더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달걀이 선것은 입춘이라서 선것이 아니라 세우려는 노력만 있으면
년내에 어느날이나 달걀을 서게되어 있다.

발상은 전환이 있으면 어떤 고정관념도 쉽게 허물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영덕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지난연말 취임사에서 "직원들이 온통검정색
또는 감색양복만 입고다녀 보기가 좋지 않으니 콤비도 입고 다니라고 당부
했으나 통일원직원들은 막상 보수인사로 되알려진 신임장관의 감을 잡을수
없어 누구도 콤비차림으로 출근하지 못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지난 4일
오후에는 서울교외의 수유리 통일연수원에서 통일원의 국과장급 30여명이
참석해서 장장 8시간이나 간부토론회(Brain-Storming)를 가졌으나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의 토론이 활성화하지 않았다는 후문
이다. 통일정책의 산실임을 자처해온 통일원이 아직도 캐캐묵은 관료체제의
깊은 늪에 안주하고 있는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모습들이다.

북한의 핵사찰문제도 미.북한간의 외교교섭으로 고비를 넘긴모양이며 오랫
동안 단절되어져온 남북간의 대화도 곧 재개되리라는 소식이다. 이번기회에
문민정부의 면모를 새롭게 한다는 뜻에서 통일원을 개성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봄직한 일이다. 개성은 고려의 옛 도읍이었을뿐아니라 6.25한국전쟁전에는
남쪽에 속했던 도시인만큼(물론 38도선이남) 북쪽과의 교섭여하에 따라
통일원의 개성이전은 가능하리라 믿어진다. 남북간 타협이 이루어질때까지
통일연수원을 비롯한 통일원의 전체기구를 "잠정적"으로 판문점 또는 남쪽
비무장지대안의 대성동자리의 마을로 옮기는 것은 결단만하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발상의 일대 전환없이는 이미 반세기동안 혈육을 북에다 두고온 이산가족
들의 아픔을 달랠길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어느 동맹국보다 민족보다 더
나은것은 없다"고 밝힌 김대통령의 취임사가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 남북
은 세울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