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몰리션 맨"이 보여주는 미래상은 흥미롭다.

휴지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된 거리, 그곳엔 폭력도 범죄도 없다. 총은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고 남자들은 싸울 줄도 모른다. 고기도 먹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어디서든 욕을 하면 감시용컴퓨터가 벌점을
매긴다. 건물벽면에 낙서하는 것이 가장 큰 죄의 하나다. 남녀간의 육체적
접촉도 금지돼있다. 섹스도 기계를 이용한 상상섹스만이 가능하다. 누구나
현위치가 컴퓨터를 통해 파악된다.

"데몰리션 맨"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약 40년 후인 2032년이다. 강산이
네번만 변하면 이런 세상이 온다는 얘기다.

199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관 존 스파르탄(실베스타 스탤론)은
데몰리션맨(파괴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범죄자를 응징하는 방법이
잔인해서다. 싸이코 킬러 피닉스(웨슬리 스나입스)를 체포하다 실수로
인질 30명을 폭사시키고 만다. 종신형을 받고 냉동감옥에 수용된 피닉스와
함께 스파르탄도 과잉진압의 죄과로 70년형을 선고받아 냉동감옥 수용된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후 피닉스가 사면청문회 도중 냉동감옥을 탈출한다.
폭력을 모르는 미래인들은 그를 막을 길이 없다. 경찰국은 20세기의
범죄자는 20세기 경찰이 퇴치해야한다고 결정, 스파르탄을 가석방한다.
전혀 다른 미래의 환경에서 20세기의 숙적들이 대결을 벌인다.

미래사회의 새로운 지배자로 생명공학과 컴퓨터정보통신망을 상정하고 그
기술의 바탕으로 일본을 지목한 것은 리들리 스코트감독의 "서기 2019년
블레이드러너"와 동일하다.

다만 핵전쟁과 AIDS라는 천형이 지나간 자리에 지극히 도덕적인 사회가
남을 것이란 "데몰리션맨"의 미래예측은 참신하고 밝다. 그러나
액션스케일이 아주 작다.

폭력에 익숙한 20세기 인간 둘만이 싸우기 때문이다. 미래공간을 장악한
일본기술을 20세기 미국인들이 나타나 다시 부수어버린다는 설정도 다소
유치하게 느껴진다. 실베스타 스텔론은 여전히 "람보"일 뿐이다.

<권녕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