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버스를 기다리면, 언젠가는 버스가 반드시 도착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거의 100년을 기다린 셈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버스가 왔네요.”2010년 쿠바 출신의 95세 화가 카르멘 에레라(1915~2022)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이던 1940년대 초. 미국 뉴욕의 미술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회화를 공부한 그는 학교를 떠나자마자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원찮았습니다. 돈을 주고 그의 그림을 산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에레라의 그림이 유행과 달랐던 데다, 그가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이민자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에레라는 꺾이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세월이 흐르고, 결국 성공은 찾아왔습니다. 마침내 그의 그림이 팔린 겁니다. 하지만 기다림은 길었습니다. 60여년이 흐른 2004년, 에레라가 89세 때의 일이었거든요.이후 에레라는 세계적인 화가로 떠올랐습니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전시가 열렸고,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테이트 모던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관들이 앞다퉈 그의 작품을 사들였습니다. 수백만 원에 불과했던 그림 값은 2009년 수천만 원, 2019년에는 수십억원대로 뛰었고, 2016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은 극찬을 받았습니다. 평론가들은 말했습니다. “그녀처럼 훌륭한 화가를 그토록 오랫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잠재력을 가진 예술가가 90년의 무명 생활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그녀처럼 뒤늦게 자신의 예술을 인정받은 화가 세 명의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94년의 기다림 끝에 : 카르멘 에레라에레라는
미국이 러시아 은행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했다.러시아 매체인 리아노보스티는 8일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11개 금융기관에 에너지 관련 거래를 허용하는 이례적인 조처를 했다”고 보도했다.미국이 제재를 해제한 은행엔 스베르방크, 알파방크, 대외무역은행(VTB) 등 러시아 대표 은행이 포함됐다. 이들의 자회사와 지배기업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은행을 통해 재생에너지, 우라늄 동위원소, 목재 및 석탄 수입 등의 자금 거래가 허용된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다만 재무부는 “러시아 은행 제재 완화는 내년 4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에너지 소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겨울철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비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이번 제재 완화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점과 맞물려 있어서다. 러시아 측도 미국의 이 같은 제재 해제에 놀란 분위기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러시아에 대한 정책 변화가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서방 은행들이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동시에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그와 대화할 준비가
서울대 건물 외벽을 타고 연구실 등에 침입해 지난 8년간 200여만원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던 60대 노숙인이 사망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노숙인의 범행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해 선처하고 풀어줬다.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8일 절도 혐의를 받던 김모(67)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조건부 기소 유예 처분했다. 앞서 김씨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서울대 건물 외벽을 타고 창문을 통해 연구실 등에 9차례 침입해 22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구속)로 지난달 23일 구속 송치됐다.검찰에 따르면 과거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했던 김씨는 사업 실패 후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일용직 노동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관악산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실종 선고가 나면서 약 12년간 사망자로 간주돼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외벽 배관을 타고 창문을 통해 연구실이나 사무실에 침입했으나 고가의 물품을 훔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검찰은 "김씨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범행했고, 사연을 접한 서울대 교수와 임직원 등 피해자 10명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종합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검찰은 김씨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해 법원의 인용 결정도 받았다. 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계해 취업 지원 등의 갱생 보호 프로그램도 제공키로 했다.김씨는 검사실에 "세상에는 따뜻하고 약자를 보듬어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과거를 반성하고 마련해주신 새로운 터전에서 열심히 한번 살아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