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이고는 쾅,쾅쾅,쾅쾅쾅,이렇게 한번,두번,그리고 세번 두들겼다. 곧
문이 열렸다. 그것이 암호였다.

대문을 들어서자 사이고는 개를 문지기에게 맡기고,안으로 들어갔다.

내실에는 이미 여러 동지들이 와 있었다.

"오,사이고공,어서 오오"
이와쿠라가 자리에 앉은채 반겼다.

그는 승려도 아니면서 머리를 빡빡 깎은 모습이었다. 시골에서 은거를
하는동안 근신의 뜻으로 그렇게 삭발을 했던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며 사이고가 말했다.

"미행한 녀석들이 있었는데,괜찮을까요?" "괜찮아요. 우리집은 늘 그
녀석들이 감시를 하고 있는걸요 뭐"
이와쿠라는 싱그레 웃음까지 떠올리며 예사롭게 대답했다. 빡빡 깎은
머리가 유난히 반질거리는 데다가 두 눈썹이 시꺼먼 먹물로 찍 그어놓은
것같고,코가 뾰족하게 솟아 있어서 꽤나 걸물(걸물)같은 인상이었다.

잠시후,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찾아 들어왔다.

"어서들 오오,이제 다 모였구려"
이와쿠라는 반기고나서 농담조로, "미행하는 녀석들은 없었나요?" 하고
물었다.

"없던데요"
먼저 들어온 사람은 약간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뒤따라
입실한,시꺼먼 수염이 온통 얼굴을 뒤덮은 듯한 털보는, "어떤 녀석이
뒤따라오는 것같아서 돌아보니까 글쎄,꼭 요시노부 같이 생겼지 뭐예요.
그래서 야,너 요시노부지?요시노부가 미행을 다 하는구나,하니까 그녀석
쑥스러운지 비식 웃으면서 돌아서 달아나버리지 뭡니까. 꼭 요시노부를
닮았더라니까요" 하고 말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수가 없었으나 모두 껄껄 웃었다.

모인 인원은 주인인 이와쿠라도모미까지 합해서 모두 열 두사람 이었다.
사쓰마번의 사이고다카모리,오쿠보도시미치,이와시다사지에몬,도사번의
고도오쇼지로 가미야마사다에, 게이슈번의 쓰지쇼소우 사쿠라이요시로,
에쓰젠번의 나카네유키에 사카이주노조, 그리고 비슈번의 오사키하치에몬
니와준타로 등이었다.

제각기 그 번의 대표적인 지사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