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없는 나라가 있을까.

있다. 물론 북한은 아니다.

혹 들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생소한 리히텐슈타인이 바로
그나라다. 도대체 지상낙원 같은 그런 나라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위치한 산악국가다. 인구 3만명,면적이라고는
겨우 1백57 에 불과하니 서울시내 한개 동만도 못하다.

이렇게 작다보니 차를 타고 액셀러레이터를 좀 밟았다 하면 금방 국경을
넘어버린다. 유럽에는 이런 곳이 흔하다. 좁은 땅덩어리에 국가수가 워낙
많은데다 경제 수준이며 관습등이 비슷비슷하다 보니까 국경이란 개념이
별로 없다.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저녁식사를 위해 소문난 식당을
찾아 국경을 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세금이 없는 그 나라의 국적을 어떻게 취득할수 없을까.

그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산만 좀 있다면 국적도 내줄수 있는
나라다. 실제로 절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태인들이
적지않게 리히텐슈타인 국적을 취득한다. 물론 사업 본거지도 그리로 옮겨
놓는다. 세금에 골머리를 앓는 국제적인 사업가라면 국적을 리히텐슈타인
으로 바꿔 봄직도하다.

이 작은 나라에도 악인이 있다.

칼 마르히트가 바로 그사람이다. 휘하에 폭력배를 여럿 거느리고 술집
이나 건설업 같은 이권이 걸린 사업을 넘본다. 그는 불법 카지노도 하나
가지고 있다.

법으로 카지노를 금하고 있지만 욕심많은 그가 이 황금알 낳는 거위를
모른체 할리 없었다. 경치가 아름다운 나라라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온다.
칼 마르히트는 관광객을 카지노로 유혹해 주머니를 털기 일쑤였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법.

리히텐슈타인의 경찰이 이 불법 카지노 정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어느날 저녁 불시에 칼 마르히트의 사업장을 덮쳤다. 나라의 모든
경찰관이 다 동원돼 도박장 주변을 에워샀다. 수백명의 국제 노름꾼들이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칼 마르히트 불법도박죄로 체포한다"
수사를 지휘한 리히텐슈타인의 경찰 국장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을 칼의 눈앞에 내밀면서 소리쳤다.

"날 체포하겠다고?"

"그래,칼. 이제는 당신도 어쩔수 없네. 경찰옷을 벗기전에 당신을 교도소
로 보내는게 꿈이었는데 이제야 이루어지는군"

갖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이제껏 구속한번 당하지 않은게 칼 마르히트
였다.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마련하고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경찰국장 얼굴
에 기쁨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도 그럴것이 그도 정년퇴직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칼은 의외로 당당했다.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는등 여유가 만만
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듯했다. 결국 경찰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왜 그랬을까.

=칼의 카지노 건물 한복판을 사이로 리히텐 슈타인과 오스트리아 경계가
지나고 있었다. 칼은 경찰이 들이닥쳤을때 오스트리아 쪽에있어
리히텐슈타인 구속영장의 효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