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 경제비서실의 위상에 관해 말들이 많다. 새 정부 출범초기
신경제 정책을 사실상 주도하며 경제부처 및 관련단체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던 막강한 파워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이유로 금융실명제 실시과정에서 청와대 경제비서실이 완전 소외당했고
둘째는 신경제 1백일계획및 5개년계획 추진에도 불구, 경제회생의 조짐이
요원하며 셋째로 언론이나 청와대내 다른비서실과의 관계가 원만치않다는
설등을 든다. 거기다 최근 김대통령이 직접 밝힌 호남고속철도 건설구상
이라든지 김대통령의 독대 기업인 선정과정에서도 경제비서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분석도 한몫을 하고있다.

한마디로 김영삼대통령이 박재윤수석을 비롯한 경제비서실을 과거처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간의 소문은 박수석의 문책가능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박수석이 실명제 실시과정에서 소외당했다는 것은 여러 채널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경식부총리는 일부언론인들과의 대화에서 이를 확인해
주기도 했다.

신경제가 아직 효험을 보이지않고 있는것은 누구나 감지하는 현상이다.
상반기 한때 반짝조짐을 보였던 경기는 기대와는 달리 하반기이후 더
꼬여가는듯하다. 더구나 실명제 실시로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예측
불허다.

언론의 경제비서실, 특히 박재윤수석에대한 호감또한 긍정적인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어느 월간지에서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박수석을
미스캐스팅된 대표적 인물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민자당의
경제브레인들이나 청와대내 여타수석들 가운데서도 박수석의 고지식을
꼬집는 소리도 가끔씩 들을수 있다.

이때문인지 경제비서실은 요즘 어딘가모르게 침울한 분위기다. 박수석의
경우 한층 언행에 조심하는 태도다. 가능한한 김대통령의 지침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는 노력이 사사로운 대화과정에서도 감지된다.

비서관들이나 행정관들도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일속에 파묻혀
살기는 똑같지만 표정은 밝아보이지 않는다. 사기가 그만큼 저하된
탓일게다.

그러면 과연 김대통령은 경제비서실을 더이상 신뢰하고있지 않을까.
일부의 소문대로 박수석은 언젠가 있을 인사의 첫번째 경질 대상일까.

이같은 물음에 대해 대통령 주변인사들의 반응은 오히려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따지고보면 박수석만큼 자기일에 열심인
사람도 없다. 열심히 하다보니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것이며
김대통령도 이점을 이해하고 있는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또다른 측근 인사도 "경제비서실이 대통령의 신임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실명제 실시후 경제동향을
보고받기위해 매일아침 7시30분부터 한시간 가까이 경제수석과 독대한다는
사실이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비서실 관계자들의 경우 항간의 불신론에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한 비서관은 "실명제는 시기선택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했으며 누가 그 연락책을 맡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것은 대통령도 이해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항변했다.

한 행정관은 "언론이 너무 흥미위주로 실명제 실시과정을 보도하며 마치
경제비서실이 무능한 집단인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경제비서실이나 박재윤수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가
없는것은 아니다. 청와대내 한 인사는 "박수석은 학자출신으로 너무
고지식하다.
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행정경험이 없는것이 역시
흠이다"라고도 한다. 누구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경제를 어렵게하는
장본인"이란 심한 표현을 한 인사도 있다는 소문이다.

이상과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경제비서실에대한 김대통령의 인식은 적어도
"극단적"인것 같지는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어려운 여건아래 출발해 고군분투하는
경제비서실을 누구보다도 이해하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가 제대로 안되는게 신경제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개혁의
후유증때문"이라는 어느 기업인의 말은 그런점에서보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분명한것은 있다. 박수석이나 경제비서실 직원
모두가 지금 가장 외롭고 고독한 순간들을 보내고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고독한 날들의 종점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단언할수 없다는 것이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