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이 본격적인 내년도 예산편성작업에 들어갔다.
경제기획원이 마련한 43조3천억원선의 예산조정안을 놓고 지난주말부터
당정간 부처별예산에 대한 축조심의에 착수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열리는 당정간 예산심의지만 이번 경우는 여러모로
관심을 끌고있다. 문민정부출범후 처음으로 꾸려보는 살림살이인데다
당정의 개혁의지를 어떻게 예산에 반영시켜 나갈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다.

당정은 예산심의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시각을 같이하고있다.
재정지출의 낭비요인을 철저히 제거, 국제경쟁력강화에 역점을 두고
이번기회에 "예산체질"도 바꿔보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민편익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과 지난 대선때 공약한 주요사업들이 반드시 무리없이 추진돼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예산짜기의 "각론"에 들어가서는 당정간 견해가
상당히 엇갈리고있다.

우선 예산규모면에서 일반회계기준으로 금년대비 13.8% 늘어난
43조3천억원의 정부안에 대해 당측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증액을
요구하고있다. 적어도 이것보다 1%는 더,다시말해 15%인상선에 근접한
숫자를 원하고있다.
당장 당측은 지난주말의 과학기술처소관 예산심의에서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과학기술투자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크게 증가하고있는
추세인만큼 과학기술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할것"이라며 강도높게
예산증액을 요구했다.

정부측은 이에대해 경기침체국면이 지속되고있는 상황인데다 실명제실시로
세수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며 당안을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쓸곳은 많은데 돈은 부족한 최악의 상황이라는것.

당으로서는 정부측이 세수확보에 자신이 없는 모양이라고 힐난을
서슴지않고있다. 벌여놓은 사업은 많은데 첫해부터 제동이 걸리면 어느
사업하나 제대로 추진할수 없다는 논리이다.

김중위예결위원장은 "꼭 해야될 사업이라면 1천억원짜리 사업을
5백억원에 할수는 없는것 아니냐"고 꼬집는다. 일부 예결위원은 "정부쪽은
해마다 세수타령을 해오지 않았느냐"며 정부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상목정책조정실장은 "숫자에 매달리지 말고 제도개혁에 더 신경을
써야할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지금껏 세수규모도 정확히 잡지못하고 실명제실시에 따른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의 인하등 세제개편안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에서는 예산심의가 제대로 이뤄질수없다는게 당측 주장의 골자다.

인건비부문에 대한 당정의 시각차는 현저하다.

정부측은 공무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는 개선하지 못하더라도 특근비등
수당을 상당한 수준으로 현실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 공무원기본급은
과감히 인상하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당측은 공무원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총정원을 동결하되 기본급을 대폭
인상해줘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있다. 특히 인건비의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및 산하기관의 대대적 개편을 통해 소수정예화를 이루는것이
선결과제라고 꼽고있다.

2백22개에 달하는 정부산하기관중 철도청 국립의료원등 민간운영이
바람직한 기관은 과감히 민영화하고 석탄공사 광업진흥공사 대한중석등
시대여건변화에 따라 기능이 변한 기관은 통폐합하는한편 각부처산하
4백49개 위원회등을 정비해야한다는것.

재원확보방안에 대한 이견도 적지않은 편이다.

정부쪽은 부족한 세원을 충당하기 위한 방편으로 출국세 숙박세등 신세의
신설을 비롯 특소세부과, 한걸음 더나아가 각종 목적세의 신설도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예산안에 깔고있다.

반면 당측은 휘발유와 경유특소세를 목적세로 전환하는것 외에는 일체
신세의 신설을 허용하지 않는대신 국민연금등 각종 연금.기금을
통합관리키로한 경우와 같은 재원확보방안을 강구하자는 입장이다.

방위비의 경우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숫자가 정해져온것이 관례이지만
당정이 조정에 가장 고심하고있는 대목이다. 대체로 방위비증가율을
한자리수로 묶는다는 방침에는 이견이 없으나 당측은 국방예산의 합리적
조정을 위해 감군및 장비현대화계획을 추진하고있어 정부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있다.

이러한 예산편성여건으로 보아 오는 9월11일께 당정예산안이 확정될때
까지는 험난한 절충과정을 거쳐야할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정이
급격히 높아진 재정수요에 어떤 새로운 재원확보방안을 마련해
대처할지, 불요불급한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 사회간접자본과 과학기술
환경 교육부문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당의 의욕이 어떤 예산상의 숫자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김삼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