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진짜냐 가짜냐를 가리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직접 그린
작가 자신도 작품이 자기곁을 떠나 오랜 세월이 흘러갔을 경우에는 그
진위를 가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당 김은호화백으로부터 작품을 직접 그려 받은 어떤 미술품애호인이
몇해가 지난뒤 그 작품을 어쩔수 없이 처분해야할 일이 생겨 생전의
이당에게 진품임을 확인해 달라고 가져 갔더니 위작이라면서 붓으로
그어버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작가 스스로도 그럴진대 하물며 아무리 달인의 감식안을 가진
감정가라하더라도 모든 작가의 작품들을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100%
틀림없이 가려낼수 있다고 확언할수는 없다. 작가마다의 표현기법상의
두드러진 특성이나 특징을 가지고 진위를 판별해내는 미술품감정이야말로
지극히 어려운 작업이 아닐수 없다. 더욱이 위작이 많이 나와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감정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한국회화사상 위작이 많이 나와있는 작가로는 대원군(석파 이하응)을 따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현존하는 대원군의 난작품은 수천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그중 진품은 수백점에 불과하고 한국고미술협회가
지금까지 감정한 대원군 작품의 70%가 가짜였다니 기록적이라 할만하다.

대원군이라는 명성이 작용한 탓도 있겠지만 그의 스승이었던 추사
김정희가 그의 작품을 가리켜 압록강 동쪽의 일품이라고 극찬할만큼
작품세계가 남다른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하다.

작고작가건 생존작가건 명성이나 인기가 있을 경우에는 위작이 나오게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위작파문이 이는 것 또한 어쩔수없는
일인것 같다.

서양에서도 20세기에 접어든뒤 명화위작사건이 빈발했다. 1911년
루브르미술관에 소장된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도난당했을때 위작이
쏟아져 나왔다. 이브 쇼드롱이라는 위작의 명인이 6명의 미국인들에게
30만달러씩을 받고 가짜를 팔았던 것이다. 그뒤로도 쇼드롱은 그밖의
명화들이 도난당한 걸로 위장하여 위작을 팔아 먹었다.

미술관에 엄연히 소장된 작품들마저도 위작이 나오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손으로 건너간 개인소장품의 위작이 나돌지 않겠는가. 최근의 "대원군
난작품 위작 시비" 또한 그 진실이 밝혀질수 없는 수수께끼일수 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