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업 특별감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감사원이 율곡사업의 핵심의혹을
밝혀내는 데 실패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의 감사 결과가 율곡사업과 관련해
제기되어온 <>로비에 의한 무기체계의 변경 <>방대한 로비자금의 정치자
금 유입 등 핵심 의혹을 밝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율곡사업 비리
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
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감사원은 지금까지 이종구 전 국방장관,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
석비서관, 한주석 전 공군참모총장, 윤종호 전 국방부 군수국장 등 전직
군 관련 고위인사 4~5명에 대해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를 확인해가고 있
는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주요 무기체계별로 행정적 문제점을 찾아내 시정시키기 위해
2국 중심으로 벌여온 현장 계통감사를 이날까지 사실상 마무리했으나, 모
두 43명의 감사 요원 중 10명을 현장에 1주일 더 남겨두기로 한 것도 결
국 5국의 뇌물수수 혐의 사안별 암행감찰과 계좌추적이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4월27일부터 40여일간 벌여온 이번 감사에서 그동안 이
종구 전 국방장관과 김종휘 전 안보수석비서관 등 일부 인사의 예금계좌
에 출처가 의심스러운 수억대의 돈이 입금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해 그 가
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자금유입 경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전 수석 계좌의 자금중 상당액은 입금 시점이 율곡사업과 거
리가 있는 92년말이어서 업무 관련성 증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 관
계자가 전했다.
감사원은 특히 여론의 `의혹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권영해 현 국방장관 등 율곡사업 고위 관련자들의 `결백
여부''를 명쾌하게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전.노 전직 대통령의 경우 율곡사업 주요 세부사업의 대부분인 50억원
이상 거액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여서 집중적인 의혹 대상으로 꼽히고 있으
나, 이들의 정치자금 조달과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
고 있다. 감사원은 다만 5국이 아닌 2국의 행정적 부당사항 책임소재 규
명과정에서 누군가 중간 결재자가 이들 전직 대통령의 압력에 책임을 돌
리고 그것이 명확한 증빙자료로 입증될 경우 감사 결과에 반영한다는 방
침인 것으로 보이나 이나마도 가능성이 희박한 실정이다.
또 권영해 현 국방장관은 차관 시절 전력증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차
세대 전투기 기종 변경을 포함해 율곡사업에 깊이 관여해온 경력에 비춰
여론의 의심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감사원은 그에 대해 별다른
혐의사실을 발견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그가 현직 국방장관
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으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내밀
히 조사를 벌여오긴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감사원은 율곡사업에 대해 "성역없는 철저한 감사"를 내세우면
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현재로선 전직 군 관계자 4~5명과 무기중
개상 3~4명 등 10명 안팎의 비리 혐의자들의 혐의사실을 입증해 검찰에
고발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드러난 감사원의 한계는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 <>기
무사의 불성실한 자료제공에서 드러난 국방부와 군쪽의 소극적인 피감 자
세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역사의 평가에 맡긴
다"는 말로 묵시적 한계를 설정한 김영삼 대통령의 태도도 율곡사업 비
리의혹 규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강창성 의원(민주)은 "과거 정권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검찰
에 철저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하고 "5.6공 정권의 최고권력
층이 관련된 율곡사업 비리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회 청문회제도를 활
용하는 한편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국회 차원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의 안아무개 변호사는 "율곡사업에 대해 글자 그대로 성역없
는 조사가 이뤄지려면 현행 법을 개정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할 것"
이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이 아무리 성역없는 조사를 강
조하지만 일반국민의 눈에는 성역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특검제가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