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지난 8일 30대 대기업집단의 올해 시설투자계획을 지난해보다
20. 6% 늘리고 가능한한 앞당겨 집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은 기업의 설비투자부진이 경기획복의 걸림돌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이
투자에 앞장서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업종전문화,소유분산및 전문경영체제의 확립등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하되
추진방법과 일정은 원칙적으로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표명도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집행계획은 30대 그룹의 기조실장회의를 거쳐
7~8월쯤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가 신경제5개년계획을 통해 경제회복에 발벗고 나서는데 재계가
정부의 눈치만 보며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한 자세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한
일이나 몇가지 걱정되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첫째는 아무리
경제회복이 급하고 설비투자확대가 긴요하다 해도 정부가 기업투자를
다그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투자규모및 시기의
결정이 개별 기업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투자가 이루어지면 돌이킬수 없기 때문에 투자여건이나 수익성을
무시한 설비투자는 두고두고 장래의 경제효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70년대 중반의 중화학공업투자나 최근의 석유화학투자가 좋은 예이다.
특히 설비투자의 양적확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투자내용 수익성 시기등을
개별기업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둘째는 같은 맥락에서 업종전문화나 소유분산의 정책취지를 살리되
개별기업의 특수성을 무시한채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고치고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규정으로 가능하지만 업종전문화를 통한 경쟁력강화는 정부가
지시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해야할 일은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여건조성과
공정한 규칙의 제정및 적용이다. 예를들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서는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제약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판에 주력업종의 선정기준을 만들고 각종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시장자율화의 조류에 어긋날뿐 아니라 정부개입만 늘려 작은
정부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경제회복을 바라는 마음은 다같으나 정부가 조급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