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로마시대의 시인 유베날리스(60년~140년께)는 저서 "풍자시"(16편)를
통해 당시의 로마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지도자들의 얄팍한
인기전술과 로마 시민들의 천박한 시민의식으로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s)" 비유 대제국의 몰락을 가슴아파했다.

당시의 로마는 이미 유럽전체는 물론 소아시아와 북아프리카지역을 장악한
강대한 제국이었다. 값싼 곡물이 지배지역으로 부터 대량으로 유입됨에
따라 권력장악에만 열심이었던 당시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들 곡물(빵)을
무료로 시민들에게 배급했다. 인기를 모으기 위한 선심행정의 결과였다.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양곡의 무료배급 대상자 15만명을
20만명으로 늘려 놓았고 그이후에도 이 숫자는 줄지 않았다. "놀고
먹는"게으른 시민들이 거리를 범람했다.

무위도식을 부추긴 정책은 빵만으로는 부족했다. "서커스"가 동원된
것이다. 거대한 야외 원형극장에서 매일처럼 각종 흥행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공직에 꿈을 둔 유력자들이 환심작전의 하나로 건달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연간 공휴일이 175일로 늘어난 게을러빠진 로마사회가 지난날의 영광을
지탱할수 없었고 200년간의 팍스 로마나(Pax Romana)는 어이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게으른 시민들을 양산해서 나라의 뿌리가 흔들린 예는 로마제국이 망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영국병이란 괴질에 걸려 팍스 브리태니카가
청산되었다. 대도시의 도심지에 수많은 실직자들을 품고있는 미국 역시
기우뚱거리고 있다.

실직보험이 발달되어 있는 미국에서 기업에 참여해본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이 보험제도가 오히려 실직을 부추기고 기업과 개인을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1,2년간의 취업을 통해 일을 익힐만하면 놀고도 먹을수
있는 "빵"때문에 일손을 놓고만다는 것이다. 기업도 숙련공이 될만한무렵
일손을 잃게된다. 약자를 도우려던 명분은 행불이 되고 약자와 기업이
아편굴에서 헤매는 꼴이 된다고 한다.

정부가 96년부터 실시하려는 실업보험구상은 이래서 재고되어 마땅하다.
선진외국들이 버리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폐기물을 뒤늦게 찾아들고
나서려는 일은 애초에 포기해 하기 때문이다. 게으름이란 아편은 일단
중독이 되면 쉽사리 손을 뗄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