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코,그만 들어가라구"
뒤따라오는 아내를 돌아보며 지사에몬이 말했다. 그러나 마쓰코는 아무
말이 없이 팔짱을 낀채 남편의 뒤를 따라 하얀눈 위를 걸었다.

골목이 끝나고 행길에 나서자 지사에몬은 걸음을 멈추었다. 마쓰코도
가만히 멈추어 섰다.

"자,여기서 헤어지자구" "." "추운데 어서 들어가" "여보" "응?"
불러놓고서 마쓰코는 아무말이 없다.

"왜?" "아니"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짓는다.

무사의 아내된 여자는 남편이 싸우러나갈 때 우는 것이 아니라구. 아무리
슬퍼도 눈물대신 웃는 얼굴로 남편을 보내야 된단 말이야. 그래야 남자가
싸움터에 나가서.간밤에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아내가 미소를 짓자,지사에몬도 억지로 웃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말없이
두손으로 그녀의 두 손을 모아쥔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 싸늘하다. 그
싸늘한 아내의 손을 지사에몬은 지그시 힘을 주어 싸쥐었다가는 놓는다.
그리고, "자,나는 가" 하고는 돌아선다.

"여보"
지사에몬이 힐끗 돌아본다.

"나도 같이 가면 안될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어디를 같이 간단
말이야?" "골목에 숨어서서 지켜보고 있으면 될거 아니야" "철없는
아이같은 소리를 하네. 무슨 놀이를 하러가는 줄 아나?그리고 말이야
곧바고 에도성으로 가지도 않는다구" "그럼?" "아다고산(애탕산)으로
간다구. 일단 거기에 집결해서 에도성으로 간단 말이야. 그런데
따라다니겠다는 거야?말도 안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들어가라구.
자꾸 이러는건 날 괴롭히는 일이라구" "알았어. 들어갈께"
그러자 지사에몬은 얼른 얼굴을 돌리고 성큼성큼 걸음을 떼놓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속으로 멀어져가는 남편을 바라보고 서있는
마쓰코의 두눈에 눈물이 흥건히 괴어오른다. 그녀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여보-돌아와야 돼-기다릴게-"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는 고요한 꼭두새벽의 거리에 애절하게 올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