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돌격조에 들었지?아이 속상해" "기왕에 거사에 참가했으니
내 손으로 이이나오스케의 목을 자르고 싶단 말이야. 나는 혼자서
사쓰마를 대표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 사쓰마의 명예를 위해서도
기어이 내 손으로 이이나오스케의 목을 잘라야 된단 말이야" "아이 싫어.
명예고 뭐고." "마쓰코,이러면 안돼" "몰라. 난 모른다구"
마쓰코는 얼른 잔을 들어 절반 가량 남은 술을 훌쩍 목구멍으로 넘겨
버린다. 그리고 그만 훌쩍훌쩍 어깨를 들먹이며 울기 시작한다.

그때 시즈부인은 대충 설거지를 마치고 내실에 혼자 앉아 좀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신방 쪽에서 마쓰코가 우는 듯한 기척이 들려오질 않은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분명히 우는 소리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녀는 얼른 일어났다.

정원이 있는 쪽 복도로 살금살금 가서 시즈부인은 가만히 멈추어 섰다.
그리고 신방 안을 엿듣기 시작했다.

"마쓰코,첫날밤에 울다니 무슨 짓이야?"
지사에몬의 목소리다. 그러자 마쓰코가 울음을 멈추고,
"첫날밤이라고?그럼 내일밤도 있는 거야?그렇다면 내가 왜 울겠어.
첫날밤이 마지막날밤이 될 것 같아 우는 거지" 하고는 다시 흐느낀다.

"난 마쓰코가 이런 여잔 줄을 몰랐어. 이런 줄 알았으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구. 내일이면 나는 죽는 몸이라는 것을 마쓰코도 잘 알고 있었잖아.
그래도 좋다고 결혼을 했으면 이러지 말아야지" "몰라,몰라. 살아서
돌아와야 돼"
투정을 하듯 내뱉고,마쓰코는 계속 훌쩍거린다.

"마쓰코,내 말 잘 들어. 무사의 아내된 여자는 남편이 싸우러 나갈 때
우는 것이 아니라구. 아무리 슬퍼도 눈물 대신 웃는 얼굴로 남편을 보내야
된단 말이야. 그래야 남자가 싸움터에 나가서 잘 싸울 수가 있다구.
여자가 울면 재수가 없어서도 싸움에 져서 죽고만다 그거야. 알겠어?"
차분하면서도 심지가 박힌 듯 무게가 느껴지는 지사에몬의 말에 마쓰코는
그제야 흐느낌을 멈춘다.

지사에몬은 꿀컥꿀컥 술잔을 비우고나서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자,마쓰코,불을 끄고 자자구"
마쓰코는 아무 대답이 없다.

잠시 후 불이 꺼지고,신방은 어둠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