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TV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은 치열하다.

TV채널이 10개 가까이 되다보니 시청률을 확보치 못하면 광고주가 떨어져
나가고 그렇게되면 방송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시청률을 높이려는
방송사간의 싸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방송개편 시기가
가까워오면 직원들을 독려하여 기발한 착상과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애를쓴
쓴다. 그러다보니 정상궤도에서 이탈하여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프로가 난무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

30대 젊은 가정주부 10명을 스튜디오에 앉혀 놓고는 사회자가 물었다.

"만일에 남편에게 들키지 않는다면 외간남자와 깊은 관계를 맺을 생각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생각하면 단추를 누르세요"
물론 누가 단추를 눌렀는지 아무도 알수 없게 장치를 해놓았다.
우리나라라면 남편이 지켜볼 TV카메라앞에서 그런 질문을 받고 자기생각을
당당하게 응답할 주부가 몇이나 될까. 그러나 일본 주부들은 서슴지 않고
단추를 누른다. 실제로 10명중 9명이 그럴 생각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남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이 거리낌없이 쏟아지는 TV프로. 시청률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생명은 길지 않다. 색다른 프로는
시청자의 시선을 삽시간에 빼앗아 가지만 금방 식상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방송사측은 더 재미있고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중의 하나가 "옛 사람과의 재회"프로다.
그것은 옛날 애인 친구 스승등 인연을 맺었지만 현재는 소식이 끊긴 사람을
TV스튜디오에서 만나게 해주는 프로다. 예컨대 30년전 헤어진 소꿉친구
마사코양과 50세 사업가 야마다씨를 상봉하게 해주는 식이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 한토막.

오다씨는 프로야구선수 출신으로 TV야구중계해설가다. 어느날 TV사로부터
재회프로에 출연을 제의받았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오다씨는 곧 혼쾌히
승낙했다. 20년전 같은 동네에 살던 여고생 하루미와 첫사랑이 생각났던
것이다. 하루미와는 1년간 데이트를 하다가 여자쪽에서 멀리 홋카이도로
이사감으로써 헤어졌다. 난처럼 청초하고 아름답던 소녀,이제는 남의
아내가 돼있을 하루미,어떻게 변했을까. 아내가 알게되면 부부싸움이 대판
벌어지겠지만 그건 이제 둘째 문제다. 만일 하루미를 만나 의견합치까지
이루어진다면 아내와 헤어지고 그녀와 결혼할 수도 있었다. 이제 마누라는
정말 질렸다.

"그여자 주소를 나는 모릅니다"
오다씨가 과연 여자를 찾아낼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지만 담당 PD는
자기들의 능력을 믿고 약속날 스튜디오로 꼭 나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드디어 출연날이 됐다.

오다씨는 기대를 잔뜩 걸고 스튜디오로 나갔다. 스튜디오 중앙에 커튼이
쳐져져있었다. 커튼 반대편에 하루미가 앉아 있는것 같았다. 드디어
녹화시간이 되고 카메라가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사회자의 지시로 커튼이
벗겨졌다. 오다씨의 표정을 찍으려고 카메라가 근접촬영을 했고 수백명의
방청객들 시선도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오다씨가 "하루미"하고 소리침과 동시에 수백명의 방청객들
사이에서 일제히 "와"하고 폭소가 터지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하루미는 성전환 수술을 해 남자가 돼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