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에 예약을 해야한다. 한부위 찍는데 35만원이나 드는데도 이용
희망자들이 줄을 잇는것은 뇌 심장등 인체의 주요부분에 대한 해부학및
화학적정보를 0.5mm 이하의 높은 해상도로 영상화해 암등 각종질병의
이상여부를 조기에 알아낼수있는 최적의 진단장치로 꼽히기때문이다.
X선단층촬영기 양전자단층촬영기와는 달리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서울대병원에는 이같은 초전도MRI가 두대있다. 모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조장희박사가 개발한 국산제품들이다. 병원측은 이
두대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수 없다고 보고 오는 5월 새 초전도MRI를
추가 설치키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산이 아니라 독일의
지멘스사제품으로 선정됐다.
서울대병원 방사선과의 김동성실장은 현재 운영중인 국산MRI의 가동률이
97%로 다른병원에서 사용하고있는 여느 외제에비해 뒤지지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외제를 선택할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산이 지난
90년이후로 더이상 나오지않기 때문이다.
조박사는 국산 초전도MRI의 생산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로 국내소비자,즉
병원측의 외제선호경향을 꼽았다.
"국내의사들의 외제의료기기선호도는 대단합니다. 서울대병원에 이
장치가 들어갈때만해도 꽤 진통이 있었습니다" 조박사가 털어놓는
국산초전도MRI의 단명사연은 소비자의 외제선호로 애를 먹고있는
국내의료기기산업의 현주소를 얘기해주고있다.
조박사가 초전도MRI를 개발한것은 지난 87년. 2만가우스(지구자장의
10만배)의 자력을 갖는 초전도MRI로는 세계 처음이어서 학계 업계로부터
대단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당시 선진국의경우 지멘스사를 비롯 미국의
GE사,네덜란드의 필립스사등 일부 대형업체에서 1만5천가우스자력의
초전도MRI개발을 막 끝낸 상황이었다.
이MRI가 88년 5월 서울대병원에서 설치 운영되는것을 시작으로
다른병원에서도 초전도MRI의 설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에이어 서울 중앙병원에 2만가우스의 국산초전도MRI가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GE사제품으로 바뀌었다. 1만5천가우스 의 GE사제품과 경쟁이
붙었으나 외국에서도 아직 개발되지않은 2만가우스MRI를 돈을 더주고
살필요가 없다는것이 중앙병원측의 선정이유였다. 당시의 환율하락으로
원래 2만가우스의 국산과 같은 가격수준이던 대당 20억원의 1만5천가우스
외제가격이 15억원대로 떨어졌던 것이다.
국산으로 태동하기시작한 초전도MRI의 국내시장에서 국산이 외제한테
밀려버린 꼴이됐다. 이때부터 서울대에 5천가우스,계명대에 2만가우스의
국산제품이 판매된것이외에는 번번이 외제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국내의료계의 고질적인 외제의료기기선호로 국산이 자리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되자 국산초전도MRI의 생산을 맡고있던 금성통신이 손을 뗐다.
외제를 들여 오는게 수지가 맞았다 싶었던지 자회사인 금성의료기를
지멘스사가 60%정도의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로 만들고 지멘스사제품의
판매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따라 국내에서 가동되고있는 40여대의
초전도MRI중 국산은 3대에 불과한 지금의 현실에 이르게됐다.
"운도 나빴어요. 88,89년은 한창 수입붐이 일때이죠. 외제들여온다는
비판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88년에 초전도MRI의
수입금지기한을 2년 연장해줄것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금성의료기 사장이었던 임영수아나실업사장은 의료계의
외제선호경향과함께 외국여행붐이 일고 넘치는 달러를 쓰자는
당시분위기에따른 영향이 국산초전도 MRI생산을 중단시키는데까지
이르게된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기업의 장기투자를 꺼리는 풍토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수익에만 매달려 생산을 중단함으로써 컴퓨터
영상처리시스템 초전도기술등의 종합판이라할 파급효과가 큰 이분야에대한
기술수준이 지속적인 향상을 꾀하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조박사는 금성통신의 생산중단과 함께 연구비지원도 끊겨 자체적으로
연구를 수행해오고있다. 국내소비자의 외면,기업의 장기투자 결여,정부의
국산품보호의지 미흡등으로 세계선진국과 어깨를 겨루던 국내의 초전도
MRI분야 기술수준이 선도그룹에서 밀려나고있다는게 초전도MRI기술의
사장현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