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체들의 판매경쟁이 무한출혈 양상을 보이고 있다.
1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무이자할부 경쟁으로 이미 기업의 수익성이 극도
로 악화돼 있고 금융비용지출 증가추세도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현재 현대 기아 대우등 승용차3사의 무이자할부판매기간은 평균 20~24개월
,소형차의 경우 이보다 길어 36개월 무이자할부가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영업점별로 이보다 기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간혹있다. 이는 올
들어 더욱 연장된 것이다.
경기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데도 자동차 내수판매가 지난3월 사상처음 12만
대를 넘어선 것도 따지고보면 무이자 할부기간 연장에 힘입은 것이다.
무이자할부판매에 따른 업체들의 손실은 매우 크다.
기아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 기아 대우의 무이자할부 판
매대수는 65만7천대로 총판매대수의 59%에 달했다. 이는 91년보다 22%포인
트나늘어난 것이다. 또한 평균할부기간도 91년 15개월에서 17개월로 늘어났
다.
예컨대 5백만원차를 판매할때 20%를 선수금으로 받고 나머지 4백만원에 대
해 20개월 할부를 했다하자. 할부이자율 13.2%를 적용할때 고객은 매달 22만
3천9백20원을 내야하는데 무이자이기 때문에 20만원만 내면된다.
1대당 20개월동안 47만8천4백원의 이자를 감면해 주고 있는 셈이다.
10대분의 이자감면액은 차 한대값이므로 따지고보면 무이자할부로 10대중
1대를 무료로 소비자에게 나눠주는 꼴이 된다.
무이자할부규모를 알수 있는 단적인 지표는 각사의 매출채권규모이다.
지난해 자동차업계 매출은 9.9% 증가한데반해 매출채권은 16.8%가 늘었다.
상장사인 자동차4사(대우는 비상장사)의 지난해말현재 매출채권규모는 3조
6천34억원이다. 회전율도 3.15%에서 2.96%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업체들의 이러한 매출채권규모는 작년중 업계 총투자액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금융비용의 증가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자동차업계의 순금융비용은 매출액
의 1.1%에 달했다. 이는 지난91년의 0.6%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올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업
계가 무이자경쟁을 계속한다면 올해 모두가 적자를 면치 못할 정도로 상황
은심각하다. 이제 메이커들의 할부판매비중은 전체판매의 80~85%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부품업체에 대한 어음결제기간단축을 강조하고 있어
"현찰로 사서 외상으로 파는"구조적인 문제는 경영악화를 더욱 부채질할 가
능성이 크다.
업계가 무이자할부판매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마켓셰어확보를 위해서
다. 지난해 4~5월부터 시작된 이번 경쟁도 당시 급변하던 시장점유율을 놓
치지 않기위해 누가 먼저랄것없이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무리가 따를수밖
에 없다.
지난3월중 현대 기아 대우 3사만의 판매목표가 총13만대였다. 이는 한달
간 판매대수로는 사상최대였던 자동차 5사의 3월중 판매실적보다 7천대나
많은 수준이다.
기아와 대우의 목표달성률은 79.2% 86%에 그쳤고 현대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생산계획을 판매목표를 기준으로 잡은탓에 사상최고의 내수판매에
도 재고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제살깎기 경쟁에 각업체들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쁘다.
현대 홍두표전무,기아 유영걸전무,대우자판 박성학부사장등 자동차3사 판
매책임자들은 "결코 우리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을 잃
어가면서 할부경쟁에서 빠져있을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지난해 연말에도 무이자할부경쟁자제에 합의했던 이들은 "무이자 할부는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중 누구도 무이자할부를 자기들
이 먼저 중단하겠다고 나서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