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만큼 우리나라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외국
문호는 없다. 그러나 그가 왜 본토인 영국에서 또 16,17세기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인의 한사람이 됐는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15년 계획으로 "셰익스피어전집"의 운문번역을 시작해 최근 그 첫결실인
"맥베스"를 민음사에서 내놓은 최종철교수(44.연세대 영문학과)는
셰익스피어의 진정한 천재성은 극작품에 나타난 시적 음악성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언어에 생명을 부여하는 천재였습니다. 리듬을 타면서 말의
음악성을 살리고 어떻게 하면 매끄럽고 아름답게 대사를 전달하느냐에 모든
신경을 쓰고 희곡을 썼지요"
그 결과 셰익스피어는 영국어의 가장 아름다운 희곡스타일을 만들었고
그것이 극화돼 진정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는 5종의 전집번역본을 비롯 기타 각종 작품에 대한 여러가지
번역본이 나와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모두 산문으로 번역되었다는데
있다.

운문이 산문화돼 전달되다보니 원작이 갖고있는 예술성이 사장되고
말았다는 것이 최교수가 운문번역을 시작하게 된 동기이다.

셰익스피어는 영어의 가장 자연스런 리듬인 "약강오보격무운시"의
음운형식으로 극작품을 썼다.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 다음에 바로 강세를 받는 음절이 따라올때 이
두음절을 합쳐 "약강일보"라고 한다. 이것이 한 시행에서 다섯번 나타나고
또 각운등 반복되는 음이 없는 것이 "약강오보격무운시"이다.

번역과정에서 최교수는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3.4조와 그것의 몇가지
변형을 응용했다. 시 한행의 글자수를 3.3.3.3열두자에서 4.4.4.4열여섯
자를 넘기지 않도록 제한했다.

"신기하게도 "오보"에 해당하는 단어들의 자모숫자와 우리말의
3.4.3.4열네자에 들어가는 자모 숫자의 평균치가 거의 비슷했어요. 사람이
한번의 호흡으로 한줄의 시에서 가장 편하게 전달할수 있는 음과 의미의
전달량이 영어와 한국어가 별 차이가 없었지요"
시행 한줄 한줄이 시로서만 가치가 있는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배우들이
말하는 연극대사로서의 기능을 염두에 두고 씌어졌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이여/인생이란 걷는 그림자에 불과한것/불쌍한
배우처럼 주어진 시간동안/무대에서 활개치고 안달하다/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네/그것은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소음과 광기로 가득 차
있으나/아무런 의미가 없구나"(제5막 제5장중)
최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원의에 충실한 자신의 번역이 읽히기 보다는 많이
공연돼 우리 연극애호가들도 진정한 셰익스피어의 맛에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힌다.

"맥베스"번역은 전체적인 체제정비와 사전검토등으로 약2년반의 시간이
걸렸다.

올 가을에는 "햄릿"을 내놓을 예정이다. 총 37권의 셰익스피어 저작중
7~8년내로 4대비극 사극등 주요저작 15권을 번역하고 나머지 7~8년간은
공동작업으로 "뜻대로 하세요" "베니스의 상인"등 22권을 번역해 15년에
걸쳐 전집을 완역할 계획이다.

최교수는 연세대 영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83년
도미,미시간대에서 수학했다. 박사학위논문은 "셰익스피어의 nothing과
반약심경에 나타난 공사상"이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