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신임 법무장관이 딸을 편법으로 대학에 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나 물
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그의 부인 김행자(52) 건국대교수의 학교
복귀 문제가 또다른 학내 불씨가 되고 있다.
김교수는 제자의 자살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비에 말려 91년 3월 교류교
수 파견 형식으로 대학을 떠났다가 올해 다시 건국대로 돌아와 강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를 맞는 학내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해 학생들은 5일 교내
곳곳에 대자보를 내걸고 김교수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퇴진싸움을 벼
르고 있는 것이다.
김교수가 `반교육적 교수''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은 90년9월
자신이 직접 가르치던 가정관리학과 서영숙(당시 21.여)씨가 아파트에서 투
신자살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학생들은 김 교수가 강의시간에 교육자답지 않은 폭언으로 서씨에게
인격적 모욕을 가해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하면서 40여일 동안
김교수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농성을 벌였다.
학생들에 따르면 김 교수는 서씨가 89년 6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강의
시간에 쫓겨 실수로 책을 무단으로 갖고 나온 일을 놓고 강의도 중 공개적
으로 "이런 학생은 사회에서 매장돼야 한다" "가정교육이 잘못돼 도둑질을
했다"는 등의 폭언을 퍼부어 여학생의 여린 가슴에 `절도범''의 화인을 찍었
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또 서씨가 근로장학금을 신청하자 "도서무단반출로 걸린 학생에
게는 장학금 혜택뿐만 아니라 취업추천서도 주지 않기로 했다"고 면박을 주
기도 했으며, 특히 서씨 자살 전날 딸의 마음고생을 안 어머니가 면담을
요청하자 "대학생활도 미숙하고 정신이 불안하니 의사에게 상담하라"고 심
한 말을 해 결국 서씨를 죽음의 벼랑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서씨의 자살사건이 심각한 학내사태로 비화되자 학교쪽은 진상조사위원회
를 구성하는 한편 김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할 것을 구두 약속
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당시 입시부정사건이 터지면서 김교수 처리문제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김 교수에 대한 학교쪽의 미온적 처리는 당시 민자당 대변인이었던
박희태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또다른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오늘의 불씨를 남기고 만 것이다.
"자살한 서씨가 김 교수의 인격적 모독에 고민하고 있었을 때 김 교수는
딸을 미국국적으로 대학에 편법입학시키고 즐거워했을 것 아닌가. 그런 교
수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학생회관 앞에서 대자보를 읽고 있던 한 학생의 냉담한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