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영감도 찰나의 충동에서 떠오른것이 많지만,과학의 발견도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뉴턴이 사과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만유의 인력"을 발견하고,갈릴레오가 피사의 성당에 걸려있는 램프가
흔들리는 시간이 진폭의 크기와 무관하다는 사실에서 유명한
"흔들이(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할 것등이 그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야말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성은 갈릴레이,이름은 갈릴레오- 그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지지하여,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며 자전한다는 지동설
때문에,17세기에 파문을 당한 끝에,로마교황청 바오로2세에 의하여 무려
359년만에 공식 복권이 된것은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아닐수
없다.

복권은 개인이나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동안의
박해와 수모는 일일이 계산할 수가 없다.

당시의 지동설은 신앙과 과학이 정면으로 맞붙어서 불꽃을 튀긴
사건이었다. 당시까지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걸 믿고 "하느님은 지구가
영원히 움직이지 않도록 반석위에 고정시켜 놓았다"는 성서와 충돌을
일으켰으니 무사할리가 있었겠는가.

그때 이미 그의 나이 69세.. 마침내 목숨이 아까워서 굴복한 끝에 법정을
나서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그의 명구는 지금도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교황 바오로2세는 지난 10월31일 갈리레오의 복권을 정식 선언했다. 그건
실로 엄숙한 순간이었다. 다시 되풀이되어선 안될 가톨릭교회와 과학간의
상호 이해부족임을 강조했다. 이단의 사슬을 푼 순간 온 세계가 흥분하고
놀랐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분쟁의 종지부가 찍혔다고 속단하긴 어려울것 같다.
진리는 늘 새로운 사실을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현세에 저질러진 숱한
평가의 오류는 먼 후일의 복권만으로 면죄부를 받는것은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