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국회 첫국정감사가 15일부터 10일간 일정으로 시작됐다. 이번 국감은
정기국회의 초반 공전과 연말 대선에 따른 단축운영으로 법에 정해진
기간인 20일 대신 10일간만 실시하게 된것이다.

올해 국감기간은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단축되었는데 대상기관은 작년보다
1개가 더많은 291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그래야 하지만 올해에는
더욱 국감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짧은 기간에 시비를
제대로 가려 국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하고 폭로성 비판보다
실정의 원인을 철저히 따지고 의혹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국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감초반부터 질의와 답변은 예년수준을 웃돌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국감에서는 국회와 지방의회의
감사영역권다툼이 서울시에 대한 국회내무위감사에서 표출,파행감사가
실시됐다. 지난10일 전국 시.도의회의장단들이 국회의 지자체국정감사를
거부키로 결의한바 있어 서울시 파행감사는 예상되었던 바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실로 당혹감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의 현재 지방자치는 지방의회만 구성돼 있을뿐 지자체의 장은 아직도
임명되고 있다. 더욱이 "국정감사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별시.직할시.도의 고유업무에 관해서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때까지 국회가 감사를 한다고 되어 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위임사무를 집행하고 있고 지방세교부금과
중앙정부의 예산보조를 받고 있다. 또 국감법에는 지자체의
고유업무이외의 국가사무에 대한 감사를 국회가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국회가 모든 지자체에 대해 일률적으로 감사를 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존재를 고려할때 불필요하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는
관계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타당성을 잃는다. 법개정을 하지도 않고
어린애들 힘자랑처럼 실력저지 또는 국감을 방해하는 교묘한 작태를
연출하고 있는건 한마디로 한심한 일이다.

국감반이 피감기관 간부들과 술판을 벌인 일도 일어났다. 예년에도
국감을 둘러싼 잡음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국감은 국회의원이 겉으로 큰소리치고 안으로는 대접받고 실리를
챙기는 기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수 없다.

국감은 국감다워야 한다. 비록 부드러운 목소리로라도 하나하나 따지고
파헤쳐 국민의 궁금증을 풀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성실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피감기관간부들을 앞에 세워놓고 큰소리로 호통이나 치고
요령부득인 장황한 질문만 던져놓고 한건 올렸다고 생각하면서 그 답변에
대해서는 별달리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런 식의 국감이어서는 안된다.

으레 국감은 그렇게 하는것이라는 고정관념은 깨어져야 한다. 폭로위주의
질문과 불성실한 답변의 국감현장은 어찌보면 가장 비생산적이고
시간낭비적이다. 호통만 치는 국회의원과 현장만 모면하면 된다는
피감기관 간부들의 모습만 남고 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건 얼마나 소모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