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나 전문가들이 우리경제의 골칫거리로 지적해온 과소비현상이
최근 뚜렷이 진정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계속 추진해온 내수진정과 소비절약유도등 경제안정화시책이
이제야 결실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게 당국의 인식이다.

백화점 상가등 내수경기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소비재수입이 줄어드는
현상도 과소비진정의 증거로 볼수있다.

그러나 아직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제승용차를 비롯한
고급사치품의 수입은 여전히 늘고 있어 우리사회의 한구석에선 여전히
과소비현상이 남아있다. 또 상품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외식비등
서비스부문의 소비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소비동향을 살펴보면 내수소비의 둔화추세가 눈에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오히려 민자당쪽에서는 지나치게 브레이크를 밟아 내수경기가 너무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올 2.4분기중 민간소비지출증가율은 7%로 1.4분기의 8.6%에 비해
1.6%포인트나 낮아졌다.

민간소비증가율이 7%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 85년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또 1.4분기의 8.6%증가에서 7%로 떨어진 것은 그 감소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충격적이라고 할만하다.

품목별로 보면 이같은 상황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올 상반기중 쇠고기소비증가율은 7.9%로 작년 상반기의 27.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바나나 소비는 지난해 상반기중 7백90%나 늘었으나 올해는
오히려 38%가량 줄어들었다. 이밖에
맥주(9.1%증가)콜라(4.3%증가)에어컨(44%감소)냉장고(10.9%감소)등 주요
품목들의 소비가 크게 둔화됐다.

건설경기의 부진으로 내구성소비재의 판매가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어두운 면도 아직 남아있다.

지난 상반기중 외제승용차수입이 78.2%나 급증한 것을 비롯 일부품목의
수입은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품목별로는
운동용구(64.6%)의류(55.3%)악기(23.4%)쇠고기(24.9%)활선어(20.4%)등이
큰폭의 증가세를 보이고있다.

또한 국민들의 소비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서비스부문의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최근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주식비지출은 9%가 감소했으나
외식비는 31.4%나 늘어났다.

또 교통비 교육비등의 지출비중도 갈수록 커지고있다. 한마디로 눈에
띄지않는 소비가 늘어나는 셈이다. 또한 정부의 쓰임새가 아직도 헤프다는
점도 간과할수없다. 민간소비지출은 급격히 둔화되는 반면 정부소비지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7%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소비는
9.5%증가로 오히려 확대됐다.

특히 민간건설부문이 작년 동기보다 8.4% 감소했음에도 공공건설 증가율은
12.8%에 달했다.

민간부문의 지나친 희생을 바탕으로 내수진정이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되어있다.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지않는한 소비절약운동은
설득력을 잃지않을까 우려된다.

더욱이 정부의 씀씀이가 효율화되지 않고서는 앞으로 안정화시책을 계속
추진하는데도 난관이 예상된다.

당국은 7%의 민간소비증가율이 아직도 성장률 6%를 상회하고 있음을
지적,내수진정등 안정기조를 지켜나간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비지출(9.9%)교통및 통신비지출(10.8%)등은 계속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따라서 지금 안정기조를 포기하고 내수부양책을 폈다간 꺼져가는 소비에
다시 불을 지피는 꼴이 되고만다는 것이다. 아직 내수진정세가 정착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윤하박사는 "과거 2 3년간은 소득증가에 관계없이
소비가 계속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왔다"면서 사회전반에 안정분위기가
스며들지 않는한 과소비현상은 다시 재연될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의 안정화시책이 제대로 효과를 낼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연말 대선때 선거자금이 풀리고 시중 통화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선거때만 되면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되살아나게
마련이다.

또한 총액임금제 실시등 정부의 강력한 임금상승 억제시책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세는 뚜렷이 둔화되지 않고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자칫하다간 업계의 지적대로 국내산업의 내수기반만을 해치고
서비스분야에서 과소비가 되풀이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일고있다.

경제안정화시책이 부작용없이 제 효과를 거두려면 정부 스스로 낭비요인이
없는지 재점검하고 민간부문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면저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하는 법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