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10월 "화사집"출간 50주년 기념시제에서 미당은 자신을
"문학청년"이라고 지칭했었다.

"문학청년"-얼마나 멋진 말인가. 절로 모든 자신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향수어린 말 아닌가. 누리를 주름잡는 대정치가들도,세상을 주무르는
대기업가들도 이 말 한마디로 몇십년전 그때 그 아늑한 시절속으로
빨려들지 않던가.

"늙었다고 생각하면 돌이킬수 없어. 인생의 새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그래서 그는 마지막 그날까지 영원한 "문학청년"으로 노력하며 시를
쓰겠단다.

미당 서정주.

78세. 한국시단의 최고봉임을 그 누구도 부인 않는다.

무한탐구에 사는 맛을 느낀다는 이 노시인이 바로 오늘 낮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으로 러시아 유학길에 오르는 것이다.

그는 모스크바대를 거쳐 그루지야 공화국에 속한 코카서스에 들어가
대자연과 호흡을 함께 하며 옛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투르게네프의 문학사상을 섭렵하겠단다.

그곳 코카서스지방은 100세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7%가량이나 된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은발의 천국.

제2의 창작인생을 찾는다지만 희수를 넘긴 고령을 주위에서 염려하는데
대해 그는 이미 2년이 넘도록 "결행준비"했음을 상기시키는 놀라운
노익장의 예술혼에 그만 고개 수그려진다.

미당 하면 우리는 금방"국화옆에서"를 떠올린다. 30년 훨씬 넘게
교과서에 실려오고 있으니 지금의 청소년은 물론 그 옛날의 청소년들의
정감을 사로잡아 왔던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초겨울 썰렁한 들녘에 홀로 피는 고절의 국화가 참을성있는 우리 민족성과
닮았기에 40여년전에 더디 찾아온 그때 해방의 기쁨을 참으로 절묘하게
비유 묘파했던것.

좌표없이 떠도는 현시대에 인류가 공동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쪽지
한장"이라도 남기고픈,노시인의 끝이 안보이는 그 정열이 코카서스
유학길로 나서지 않으면 못배겨내게 했는가.

절제와 달관의 정신주의 시인 미당.

정체의 틀을 깨라는 내면의 소리에 화답하기 위한 "78세 유학"의 머나먼
발길에 부디 행운이 따라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