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92회 페블비치US오픈은 "크레이지오픈"인가,어떻게 합계
12언더파까지 줄달음쳤던 선수가 합계4언더파까지 급락할수 있단 말인가.

"크레이지 오픈"의 주연배우는 역시 길 모건(45.미국)이다.

20일 벌어진 3라운드에서 길모건은 특히 후반들어 더블보기와 버디를
오가며 "골프가 무엇인가"를 연기했다.

모건은 이날 7번홀(파3.1백7야드)까지 그야말로 "귀신같은 퍼팅"으로
3언더,합계 12언더파까지 너무도 잘 나갔다. 전날까지 합계9언더였던
모건은 3번홀(파4.3백98야드)에서 7.5m 버디퍼트를 절묘하게 성공시키며
US오픈 92년역사상 처음으로 10언더파고지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제까지의 US오픈에서 9언더파까지 쳐봤던 선수는 1943년 벤호건을 비롯
단 6명이었는데 모건이 그 기록을 깬 것이다. 모건은 이에 그치지않고
6번홀에서의 4m버디로 11언더,그리고 7번홀에서 2.4m버디로 12언더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8번홀(파4.4백31야드)부터 드디어 "그러나"가 시작됐다.

세컨드샷으로 움푹 들어온 바다를 넘겨야하기 때문에 "가장 멋진
세컨드샷홀"로 꼽히는 8번홀에서 모건의 세컨드샷은 그린을 오버,벙커에
빠졌고 이 벙커샷은 겨우 러프로 나오는데 그쳤다. 러프에서의 칩샷은
홀컵을 1.5m가량 지나쳤고 거기서 2퍼트,4온2퍼트로 그의 이번대회 첫
더블보기가 기록됐다.

그다음홀부터는 짐작이 갈것이다. 모건은 몹시 흔들렸고 특히 벙커샷의
약점이 노출됐다. 8번홀부터 14번홀까지 모건은 더블보기3에 보기3이었고
파는 단 하나였다.
<도표 참조> 완전히 "가는것"같았던 모건은 16.18번홀에서 각각 9 10m짜리
롱버디퍼트를 다시 넣으며 퍼팅만큼은 여전함을 입증했다.

모건의 3라운드합계 퍼팅수는 단 76번(23.27.26)에 불과했다.

5오버파 77타(36.41)의 악몽같은 모건의 3라운드. 그러나 모건은
10언더파 돌파의 "기록"과 비록 1타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3라운드합계
4언더파 2백12타로 단독선두라는 "위안"은 가질수 있었다.

.결국 최종 라운드를 남긴 이번 US오픈은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게됐다.
길모건의 뒤에는 이안우즈넘(영국)과 총상금랭킹1위로 메이저 첫우승을
염원하는 톰카이트(미국)같은 기라성같은 선수가 1타차로 배수진을 쳤고
거장 닉팔도가 2타차로 웃음짓고 있다.

팔도는 이날 버디5,보기1개로 오랜만에 "팔도스타일"의 견실함을 보이며
4언더파68타를 기록,합계 2언더파 2백14타로 공동 5위를 마크했다.
"큰물고기"인 팔도로서는 2타차추격이 오히려 편할것인데 그같은 상황은
이날 3언더파 69타,합계 2백13타로 공동2위인 우즈넘도 마찬가지.

.그러면 전날까지 6언더파로 단독 2위였던 앤디 딜라드 (30.미국)는
어디로 갔는가.

작고 뚱뚱한 스타일이나 건달같은 모습이 존데일리와 비슷,관중들의
환호와함께 "제2의 존데일리"의 가능성을 보였던 그는 모건과 함께
무너졌다.

딜라드역시 8번홀보기를 시작으로 보기퍼레이드를 시작하며
보기9,버디2개로 7오버파 79타로 몰락,합계 1오버파 2백17타까지 밀려나는
"한계"를 드러냈다.

또 전날까지 4언더로 3위권을 달리던노장 레이 플로이드는 이날
76타(38.38)를 기록,합계 이븐파 2백16타로 공동 13위권.

.10언더파가 깨지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결국은 선두권이 "3
4언더"수준(3라운드현재)에서 평준화되는 US오픈은 왜 이리 어려운가.

그것은 USGA(미골프협회)의 전통적인 코스 세팅에 기인한다. USGA는 특히
"세계최고대회에서 무슨 두자리숫자의 언더파냐"는 보이지 않는 의식을
갖고있다. "어려운 대회가 돼야한다"는 의식은 좁은 페어웨이,깊은
러프,빠른 그린이라는 코스세팅과 연결된다. 이곳 페어웨이는 평균폭이
35야드에 불과하고 러프의 길이는 평균 5인치(약12.7 )나 된다. 볼이
러프에 떨어지면 아무리 세계적 선수라도 제대로 샷을 할수 없다. 마치
비기너 같이 왼쪽으로 낮게 돌아가는 형태의 샷도 종종 볼수 있고 그린
사이드에선 "친다고 친것"이 1 3m정도 나가고 마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바로 US오픈이고 US오픈의 스코어인 것이다.

.메이저대회의 속성과 향방은 닉팔도가 이날 경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잘 나타난다. 팔도가 회견을 할때는 모건이 전반9홀을 끝냈을
시점이었는데도 팔도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 우승스코어는 7 8언더,어쩌면 6언더로도 가능할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무슨일"이 모건에게 일어난 셈이고 그의 우승스코어 예상은 맞을
확률이 높아졌다. 누가 내일 60대 스코어를 낼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