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탈진상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연일
6공최저치를 경신한 기록도 수차례에 이르렀다. 끝없이 떨어질것같은
우려감마저 나돌고 있는 가운데 증시를 회생시킬수 있는 묘안을 찾고있으나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

주가는 무한정 오를수 없듯 무한정 내릴수는 없다. 웬만큼 올랐다 싶으면
반락하고 또 떨어질만큼 떨어졌다 싶으면 반등하는게 증시의 생리다.
그런걸 증시의 자생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증시는 자생력을
상실한채 빈사상태에 빠져있다. 더이상 내려가지 않을만큼 주가가
떨어졌다 싶어도 또 떨어진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주식을 빨리 팔고 시장을
떠나려고까지 한다. 주가의 반전기미는 긴 장마철의 햇볕처럼 조금
반짝이는게 고작이다. 현재의 장세를 부추길 호재는 별로 없다. 증시가
회생하려면 실물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기업이 인력난 자금난 높은
금융비용부담등으로 활력을 잃고 있는데 증시가 회생되기를 기대하는것은
오히려 무리다.

그러나 증시붕괴는 막아야 한다. 증권당국이 정책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주가가 떨어질때마다 부양조치를 쓸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바닥모르고 떨어지는 증시를 내팽개치는
것은 옳지 않다. 증시부양과 증시붕괴방지는 구별되어야 한다.

지난 1월3일 624.23포인트에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2월중
691포인트까지 상승했으나 11일 현재 570. 50포인트로 연초대비 8. 6%,
올최고치 대비 17%이상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6공출범때인 88년2월의
종합주가지수는 635포인트였고 90년 9월17일에는 566. 27포인트로
6공출범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 기록이 지난 8일과 9일 연속
깨진것이다. 어제는 모처럼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이것도 두고볼
일이다.

그동안 주가가 워낙 곤두박질을 쳤으니까 장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과
손해보면서까지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투자심리가 증시를 이나마
지탱해왔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런 투자심리마저 사라진다면 그야말로
증시는 위기로 치달을수 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 정부로서도 증시를 직접적으로 살릴 방안은 없을 것이다.
정책당국이 지난 5월27일 투신사에 대한 특융지원조치를 한 이후에도
주가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당국으로서는 어려운 정책선택이었으나
그것도 효과를 내지못했다. 증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증시를 어둡게 보고
증시를 떠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양조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증시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 문제는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첫째 실물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수 있게 기업의욕을 살려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는 감속성장에 따른 조정국면을 나타내고 있을뿐 침체가 아니라는
주장과 침체초기현상이라는 주장이 맞서 있다. 경기를 보는 눈은 다를수
있다. 그러나 물가 국제수지 경제성장률등 거시지표의 움직임으로
한국경제가 안정성장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는 안이한 판단은 기업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고도성장기의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기업은 과거와
다른 각오를 가져야 마땅하지만 재고가 쌓이고 부도로 쓰러지는 기업이
늘어나는 현실을 단순히 조정국면이라고 보아넘길 일은 아니다.

둘째 현재와 같은 고금리를 그대로 두고서는 증시를 살릴수없다.
부동산은 고개를 숙이고 있으나 시장금리가 18%를 웃돌고있는 상황에서
돈을 주식시장으로 몰리게할 길은 근본적으로 제약돼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은 90년의 5. 1%에서 5. 7%로
높아졌다. 증시침체로 기업의 주식발행이 부진,외부차입금이 증가했고
차입금이자율도 높아졌다. 이는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제품의
원가를 높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다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셋째 증권당국과 기관투자가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책당국이
증시에 대해 규제와 부양책을 되풀이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것이 오늘의
증시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상장사라고 부도가 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부실기업을 공개하도록 방조한 주간사,회계사와 감독을 제대로 못한
당국은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증시를 안정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기관투자가들은 증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면 오히려 보유주식을 매도하고 나선다. 예컨대 지난
"5.27"전후 은행들은 주식매수보다 매도에 치중한바 있고,투신사와
증권사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주식을 팔기에 바빴다.

일반투자자들도 증시를 일확천금의 장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고통을
견뎌낸다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과 각오를 가져야 한다. 당장 증시를
활성화시켜 손실을 만회할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