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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은 날씨는 포근하였으나 한국농민에게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
아니었던가한다. 피땀으로 지은 쌀이 제값에 다 팔리지도 않았을뿐 만
아니라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임박설에 얼마나 불안했던가. 작년 11월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각료회의에서도 미국의 칼라 힐스를 비롯하여
호주 등 케언즈그룹(농산물수출국 모임)이 "예외없는 관세화"를 마치
세계경제발전의 열쇠인양 포장하여 한국의 쌀개방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쌀만은 어떤일이 있더라도 개방불가의 입장을 내외에
천명하였고 국회도 같은 입장의 결의문과 성명서를 세번이나 낸바 있었다.
더욱이 놀라운 일은 농협주도하에 농민 소비자 각계인사 1,300만명이
"쌀개방반대결의문"에 자진서명함으로써 그야말로 전국민적 합의에 의하여
"우리쌀 지키기"를 다짐하였다. 그럴만한 논리와 절실한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UR협상은 이순간에도 제네바를 중심으로 세계도처에서
진행중이다. 그런데 6년을 끌어온 이협상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왜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가장 복잡하고도 다양한 생명산업인
세계농업을 거대농산물 수출국이익본위로 개편하려는 무리한 제안과 이를
밀어붙이려는 수출대국들의 과욕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
임종철교수는 당당하게 쌀개방론을 내세우며 이길이야말로 한국의 농업
농민 농촌을 살리고 균형된 국민경제건설을 달성할수 있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그런데 임교수논조에는 아쉽게도 상당한 정보부족이 엿보인다. 서두에
임교수는 개방압력으로 서비스산업의 초토화를 우려하면서 "이는 정부와
국민이 개방을 막을 힘도 명분도 없고 장래성도 서비스산업만 못하나
경쟁력은 오히려 더 큰 쌀보호에 집착하여 이부분을 양보해온 잘못된
UR대책 탓이 분명하다"고 나무라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사실인가.
서비스는 상품이 아니기때문에 개방의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고 우리가
우위분야(건설등)를 갖고있기때문에 상호주의에 의하여 득과 실을
교환할수도 있다. 아직 쌀을 지키기위하여 특정한 서비스부문을
내놓았다는 말은 들은바도 없다. 동서냉전이 끝난 오늘날 모든나라가
경제전쟁에 발벗고 나서고 CIA까지 산업기술정보활동에 동원되는 판국에
어제의 강대국이라하여 특권적이익을 계속 고집할수도 없으려니와 우리도
협상에서 그것을 인정해서도 안된다. "예외없는 관세화"를 떠들어대는
미국은 GATT의 웨이버 조항(수입자유화의무 면제)과 국내법에 의하여
수입제한하고 있는 농산품이 낙농제품 설탕 땅콩등 14개품목이나 되며
얼마전에는 미국국회상원의원 64명이 부시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들
품목을 UR협상에서 양보할수 없다고 못박고있다. EC는 어떤가. 합법적인
덤핑이라 할수있는 수출보조(61개품목)의 지속을 고집하고 우리나라는
몇해전 구상했다가 외압으로 착수도 못해본 "변동수입부과금"(42개품목)을
통하여 역내농업을 67년부터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이들 양거인은 반세기동안 농업을 너무 보호(공격적 보호)했기때문에
잉여농산물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온 나머지 80년대부터 수출보조를 통한
곡물시장쟁탈전을 격화시켰고 국제교역질서를 문란시킴과 동시에
다른나라농업에 타격을 주어왔다. 그리하여 UR농산물협상의 당초
우선과제는 이들의 출혈수출경쟁을 수습하는 수출보조삭감이었다.
그런데 진행과정에서 이들과 수출국들은 자기들의 수출시장확대를
겨냥,농산물시장의 전면개방과 농업이 갖는 기술적 경제적 특징으로 보아
불가결한 국내보조를 삭감하는쪽으로 초점을 옮겨놓았다.
이것은 식량안보 국토와 환경보전등 절실한 필요때문에 농업을
보호(방위적보호)해야할 많은 수입국의 경제주권과 이익을 무시하는것이라
아니할수 없다. 그리하여 둔켈이 제시한 최종안의 "예외없는 관세화"에
대하여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캐나다 스위스등도 반대하고있으며
3월1일까지 제시요구된 국별계획서에서 한국과 일본은 쌀과 기초식량을
빼도록 방침을 굳히고 있다. "협상"은 어디까지나 주고 받는 거래인만큼
한국이 쌀을 지켜야할 최우선항목의 하나로 선택한데는 충분한 명분도 있고
실리도 국민적합의도 있다. 만약 임교수처방대로 쌀을 우선 부분개방하고
완전개방을 지향한다면 곧 미국 캘리포니아의 칼로스나 호주 태국 심지어는
일본에서 까지도 쌀이 들어올것이고 소비자값은 한국산의 반이하가
될것이다.
현재 한국농가중 쌀80 생산비가 이수준(5만원)인 농가는 약
5%(약7만호)밖에 되지않으므로 만약 UR가 예정대로 타결되어 쌀의
시장개방이 1993년부터 이루어질경우 조정기간에 획기적인 구조개선과
기술혁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국농업생산의 반을 차지하고 농가소득의
3분의1을 점하는 쌀농사는 총체적 붕괴를 면치못할 것이다. 50세이상
농사인구 230만명과 210만명의 청장년의 다수가 이농할것이고 농촌의
공동화,도시의 과밀화는 촉진될것이다.
몬순지대에 위치한 논은 연작이 가능하고 단보당 영양생산이 가장 높은
쌀을 생산할뿐만 아니라 집중 강우기에 홍수를 조절하고 물을 저장하는바
6개 다목적댐의 1. 5배(23억t)를 저수한다. 몬순지대의 쌀은
식량생산(인구부양),고용창출 환경보전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작물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쌀생산비격차(한국이 약 3배 높음)를 보면 거의
반이 고지가로 인한 지대인바 앞으로 규모확대와 기술혁신으로 그격차의
반은 줄일수있을지라도 부존자원의 차이에서 오는 지대는 줄이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임교수가 지적한 경쟁력(가격)배양에는 한계가 있다.
또 임교수는 휴경답에 옥수수등을 심게하여 관세를 재원으로 장려금을
주라고하나 UR이후에는 생산과 연계된 보조금은 원칙적으로 못주게된다.
기술적으로도 논에서의 옥수수재배는 불가능하다. 또 이제부터는 비료
농약을 최소로 써서 안전식량을 생산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소위 "지속적
농업"이 정착되어야하는바 필요경지면적은 70만 보다도 상당히 넓어야할
것이다.
지금 정부와 농민은 UR대책에 이제까지 없었던 열의와 노력을
기울이고있는바 그효율과 실적이 높아질수 있도록 개선할 점이 없지않으나
온국민이 지혜와 정성으로 이를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인구 5,000만의
산업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건실한 농업이 그 기본조건임을 누가
부인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