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이면 대일침투정예요원 제1기 50명이 탄생한다. 일종의
특공부대다. 이들의 임무는 무력으로 일본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잘
훈련된 상술로 일본시장을 뚫고 들어가는데 있다.
대만은 드디어 대일무역인재를 중점육성키로 한 것이다.
대만의 골칫거리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항상 대일무역역조에 있다.
무역흑자는 매년 1백억달러를 넘어서는데도 유독 일본과의 교역에선
적자를 본다. 그적자규모도 매년 부풀어가고 있다.
87년 48억6천만달러,88년 56억달러,89년 69억달러,90년 76억달러에 이어
지난해엔 96억달러를 넘어섰다.
대만경제부는 이대로 가다간 일본의 경제식민지가 될 것을 우려,2년전
은밀히 중화민국 대외무역발전협회(CETRA)의 협조아래 대일무역인재양성
코스를 만들었다. CETRA는 우리나라의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와 같은
기구다.
장소는 대북에서 1시간30분정도 떨어진 신죽에 있는 CETRA훈련원.
말이 훈련원이지 특수정보요원 양성소를 방불케하는 곳이다.
일단 입학하면 집단생활이 시작된다. 군대와 같이 휴가이외의 외출은
하기 힘들다. 기혼자도 입학이 가능하나 혼자 기숙사생활을 해야한다.
훈련이 고되 남자의 경우 병역을 마쳐야 입학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대학졸업이상이어야 된다.
입학제한연령은 35세이하이나 실제 입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30세이하다.
젊을수록 적응능력이 커 유리하다.
여자들의 경우는 나이가 더 적어야 하며 외모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무역전문요원도 따지고보면 특수정보요원이기 때문이다.
입학시험문제자체도 까다로워 올해 졸업하는 여학생은 4명뿐이다.
일단 입학한 학생들에겐 정부가 모든 비용의 3분의2를 부담한다. 처음
1년동안만 학생이 일부 부담하면 2년째는 모두 정부의 지원으로 졸업할수
있다.
첨부웅 CETRA정보관리부장은 "대만엔 생산성본부나 각 야간대학에서
대일무역인재를 양성하고 있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 정부후원으로
이루어지고있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설명한다.
교과내용은 치밀하게 짜여져있다.
일본어는 물론 필수다. 2년동안의 교육을 마치면 일본여자와 연애할수
있을 정도로 말의 뉘앙스까지도 알게된다.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일본인의 심리를 요리할수 있도록 해야한다.
무역실무(사례연구),창업정신,국제예의,사교술및 상술외에 중국역사및
인생철학도 배운다.
사교술엔 반드시 댄스와 골프가 포함된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전부 마스터해야 한다.
일본사람들은 골프를 하며 상담을 즐기고 있어 1주일에 4~5시간은 반드시
골프를 쳐야한다. 신죽근처의 3개골프장은 대일무역역조 개선을 위한
전투장이기도 하다.
이같은 과정을 모두 끝마친 졸업생들이 이제 막 배출되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를 창업할수도 있고 무역회사에 들어갈수도 있다. 또 정부부처에서
활약할수 있는 기회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활동무대는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
대만경제부는 지난해 10월21일 일본오사카에 대만무역센터를 설립했다.
대일특수요원들이 활동할 거점인 셈이다.
오사카타워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이 센터는 일종의 오피스텔이다. 이는
대만기업들의 공동아지트이다.
대만정부가 전화 팩시밀리등을 다 지원해준다. 이사무실은 이웃보다
임대료가 30%이상 싸다. 월 2만NT달러(60만원)정도면 된다.
회의실 전시실 상담실등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부가 다 제공한
것이다.
이 아지트는 대일무역인재양성학교졸업생만을 위해 만들어진곳은 아니다.
이미 18개업체가 이곳에 진출했다. 컴퓨터 전기 섬유 스포츠 식품 인쇄
잡화등 다양하다.
"한국은 대기업중심으로 이들이 일본에 지사를 세울 능력이 있으나 대만은
중소기업들이 많아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일본진출은 어렵습니다"
경제부 국제무역국의 장후순일본담당위원의 말은 언뜻 듣기엔 한국이 더
강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사정은 정반대다. 이들은 한군데 모여 하나의 거대한 기업군을
이루고 있다.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된 제품만을 모은 일종의 백화점역할을
한다.
장위원은 "앞으로 동경등에도 이같은 거점을 마련,일본진출을 희망하는
대만기업에 싼값으로 제공해주겠다"고 말한다.
이제 일본에서 개최되는 국제박람회나 참석하며 기업사절단을 파견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실질적이고 실속있는 방안을 짜야한다. 대만은 벌써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