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예대상계조치등 자금난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중소업체의
자금사정은 좀처럼 호전되지않고 있는데요.
황승민 기협회장=경제는 정치와 달라서 하루아침에 악화되거나 좋아지지
않습니다. 자금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특히 중소기업자금난은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예대상계동 일시적 처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은행들이 가공의 예금과 대출을 상계할 가능성도 있어
이번조치의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자금난의 실상은.
황회장=중소기업부도율의 급증이 자금난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올들어
월평균 중소기업어음부도율은 0.33%로 전국어음부도율 0.6%의 5배를 넘고
있습니다. 요즘들어서도 하루에 5 10개사씩 당좌거래를 정지당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회장=크게 4가지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수출침체등 판매부진과
생산성 저하에 따른 채산성악화,판매대금결제기간의
장기화,자동화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수요급증이 그것입니다. 최근 3년동안
중소업체의 인건비는 평균 50%이상 올랐습니다. 게다가 인력난까지 겹치자
각 업체들은 공장자동화를 위한 설비투자를 늘리려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부진한데 자금수요는 이처럼 왕성하니까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지요.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총통화증가율을 19%선이내로 억제하고 있습니다.
황회장=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가안정없이는 견실한 경제발전을 기대할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반드시 19%선이 물가안정의 마지노선인지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중소업체의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고집해야만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시중자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자금이 비생산적인 분야로
몰리는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이 있습니다.
황회장=맞습니다. 중소업체들은 하루하루를 연명할 자금이 없어 목이
타는데 최소한 3백억원에서 5백억원씩 드는 골프장건설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는게 말이 됩니까. 유흥업소가 호황을 누리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제조업쪽으로 자금의 물꼬를 트려면 향락사치업소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조치가 필요합니다.
-모기업인 대기업의 자금결제지연도 중소기업의 자금난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황회장=최근 경제기획원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대부분의 모기업들이
공정거래법상 대금결제기한인 60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자금난을 겪고 있으니까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일부 대기업들입니다. 하청업체인
중소업체들은 모기업이 불공정행위를 해도 이를 하소연할수가 없습니다.
거래관계단절을 우려해서지요. 이런 약점을 악용하는 대기업은 하루빨리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모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막을 방법은.
황회장=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습니다. 예를들어
60일짜리 어음을 끊어주면서 발행자체를 늦춘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모기업은 수급기업이 동반자관계임을 인식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금리자유화가 실시되면 중소업체의 자금조달비용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황회장=현재와 같은 금융관행이 고쳐지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대출이자는
분명히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자금에 대한 초과수요가 있는 상태에서
담보력과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비싼 이자를 부담할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지금보다 많은 자금을 중소기업이 끌어쓸수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기업이 금융기관의 대출을 거의
독점하는 금융구조아래서의 금리자유화는 자칫 중소업체들에 더욱 부담을
줄수 있습니다. 이같은 금융구조의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자금인 구조조정기금과 공제사업기금이
바닥이 났지요.
황회장=구조조정자금은 중소업체들의 설비자동화 협동화등에 쓰이는
요긴한 자금입니다만 지난 8월말에 이미 바닥이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소업체들의 연쇄도산을 막기위한 공제사업기금도 대출재원이 달랑달랑한
상태입니다.
중소업체들이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에서 돈을 얻지 못하니까
공제기금등으로 몰리고 있어 재원부족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자금난해소를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합니까.
황회장=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구조조정기금과
공제사업기금등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공급을 대폭 늘려야아 하고 이들
정책자금은 통화관리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이와함께 왜곡된 자금흐름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비생산적인 분야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돼야 하고 대기업에 의한 금융집중도 개선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중소기업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황회장=물론이지요. 기업인스스로도 어떻게해서든 자금위기를 넘기려고
힘써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기회에 "더하기운동"을 제창하고
싶습니다. 국민은 "절약과 저축더하기운동" 기업인과 근로자는
"일더하기운동"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