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가장 리스크가 크고 투자규모가 엄청난 부문이다. 산업을
고도화시키는데 빼놓을수 없는 첨단요소이어서 선진국들은 이부문의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다. 기술을 도입할수 있다해도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한다. 기술수준이 가장 앞선 나라가 아니면서 이부문에 발을
들여놓는다는것은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세계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는 많지만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곳은 드문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이부문에 무모하게 뛰어들어 세계3위의 생산국이 되었다.
유럽업체도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부문에서 일본과 미국을 뒤쫓고 있다.
더구나 기억소자인 D램분야에선 일본에 이어 2위를 달리고있다. 작년
한국은 52억달러의 반도체를 생산하여 45억달러를 수출함으로써
단일품목으로는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5월말현재 반도체수출이
27. 8%나 늘어났다.
반도체는 한국의 돌파정신 또는 기업가정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있는
부문이다. 조선 건설 자동차등에 이어 더 용감해진 한국의 기업가들이
도전하고 있는 부문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의 국제적 여건은 성공을
장담할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미일간의 반도체협정은 기술및 정보를
상호공유함으로써 시장분할과 기술이전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
유럽업체들이 미일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움직임도
우리의 수출시장제약과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재 95%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생산장비를 원활히 확보할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반도체메이커
3사가 올해와 내년에 4메가및 16메가D램양산을 위해 구입해야하는 장비만도
2조원에 달한다. 그 자금조달도 문제지만 선진국들이 한국을 견제하기위해
장비를 무기화하게되면 우리는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상공부는 반도체장비의 국산화를 촉진하기위해 천안2공단과 송탄공단에
관련장비업체를 집단화하고 미일과의 기술협력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관련업계의 유기적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물론 훌륭한 계획이고 우리가 도전하는 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점에서
절실한 과제이다. 우리는 개체로서는 강하지만 전체로서는 약하다는
면에서도 관련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실정에서 개별기업이
흐터져서 각개약진하기에는 반도체산업은 벽이 너무 두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