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일부 학계와 은행계로부터 은행의 증권업 진출에 대한 요구가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반해 증권계에서는 이의 시기상조와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수학공식처럼 은행이 해야할 일과 증권회사가 해야할 일이 이론적으로 명확
하게 구분된다면 문제는 간단하겠지만 금융기관 업무영역 논쟁은 그 나라가
처한 경제, 금융환경과 각 금융기관이 생성되게 된 역사적인 배경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 나라의 고유한 특성이 있고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하겠다.
**** 국내 금융특수성 고려해야 ****
변화하는 경제, 금융환경에 각 금융기관이 능동적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정비가 이루어진면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은행에 수익성을 확보해
줄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금융산업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은행은 한나라 경제의 중추적인 경제기구이며 통화신용정책의 중심기구인
점을 감안할때 금융의 근간(Backbone)으로서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만 본다면 은행의 수익성 확보에 대한 배려가 논의된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 금융이 처한 현실과 역사적배경을 무시한채 단기적인 정책적
판단에 의해 금융기관의 업무여역이 정리될 경우 또 다른 차원에서 금융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업무특성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에대해 심층적으로 연구검토하여 환경변화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 겸업은 형평 잃은 주장 ****
은행이 증권업에 진출할 경우 예상되는 장단점은 많은 연구보고서에서 지
되었기 때문에 현재 은행이 증권업에 진출해야 된다고 지적되는 필요성을
중심으로 몇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은행이 증권업에 진출하면 금융기관이 대형화되고 업무영역이 다양화
되어 국제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분적으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나 금융기관을 은행으로만 한정하는데서
오는 주장으로 보인다.
은행에 증권업무를 허용할 경우 반드시 증권회사에도 은행업무를 허용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금융기관이 그 정도로 성숙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정경쟁(Fair Competition)입장에서 형평을 잃은 주장이며
은행으로 하여금 금융을 독점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일고 있는 논쟁의 배경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간겁금융기능 강화가 선행과제 ****
둘째 은행으로 하여금 회사채 주간사업무를 담당하게 하면 통화긴축 필요시
회사채 발행으로 대출금상계가 용이해진다는 점이다.
회사채 주간사 업무는 증권회사의 고유업무로서 은행이 이를 수행하게 되면
분업주의로부터 겸업주의 형태로 전면적인 금융형태의 변화를 의미하게 된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논지는 여신관리 때문에 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쉽게
할 수 없어 직접금융리란 가면을 쓰고 계속해서 대출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간접금융을 제공한다는 은행의 본질적 기능에 역행하는 것이며 결국
특정기업에 대한 편중여신이 심화될 것이다.
이는 통화당국의 통화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수도 있다.
우리의 금융관행으로 보아 대출과 연계하여 회사채 주간사업무를 은행이
독점하게 될 것이며 이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현상까지 초래할
것이다.
현재 은행에 허용되고 있는 회사채 인수업무로도 정책당국이 의도하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여신편중 심화도 문제 ****
셋째 기관간 경쟁으로 증권회사의 독점이익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2-3년간 증권회사들이 증권시장 호황으로 많은 이익을 올린 것은
사실이다.
금융산업 전반적으로 자율화가 안된상태에서 호황국면을 맞이하다 보니
단기적인 초과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율적인 경쟁여건만 갖추어진다면 25개 증권회사로도 경쟁효과를
충분히 발휘케 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이 증권업무에 진출할 경우 7개 시중은행 지방은행 및 외국은행 국내
지점까지 고려하면 우리경제나 자ㄴ본시장규모로 보아 증권기관의 수가 정한
것인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만일 25개 회사로서 경쟁효과가 도저히 발휘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면
차라리 신규 참입을 통해 몇개의 증권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경영부실, 경쟁력 약화 초래 우려 ****
마지막으로 금리자유화에 따라 예대마진이 은행의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가증권업무를 통해 수익을 보충한다는 것이다.
은행은 최근 유가증권 투자에서 많은 이익을 올렸다(88년 7개 시중은행의
유가증권 투자수익은 경상수익의 41.4%임).
그 결과 은행관계자들은 증권이 위험이 없으며 증권관리에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최근 은행의 펀드매니저가 유능해서 유가증권투자수익을 많이 올렸다기
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특이한 현상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가증권투자수익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은행이 간접금융만을 취급하면 대출시장에서 신용위험만을 감당하나
증권에 진출할 경우 시장위험까지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되어 은행경영의
부실화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 담보위주의 대출 탈피 ****
우리나라 은행들이 지금까지 경제성장에 지대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금융의 집행자로서의 기능에 충실했고 담보위주의 대출에 의존한
결과 은행의 고유기능인 대출심사기능이 낙후되었다고 본다.
간접금융다운 간접금융을 수행하기 위해서 은행은 대출심사기능의 강화가
시급하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우리은행에 비해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는 사실은
우리은행도 간접금융을 제대로 수행하면 얼마든지 수익성을 증대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신용분석에 기초한 대출을
함으로써 금리자유화를 정착시킬 책무가 우선 은행에 주어져 있다.
금리자유화정착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새로운 업무로의 진출시도는
은행의 전문성만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 전문성 강화책등 절실 ****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은행 지점이 60여개에 이른다.
은행이 증권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금융기관은 간접금융시장에서 뿐아니라
직접금융시장에서도 외국금융기관에 비교우위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국내 금융기관만의 영역논쟁이 아님을 모든 이해관계자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은행에 요구되는 것은 간접금융시장에서 세계의 유수한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전혀 새로운 업무로의 진출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은행은 간접금융의 고유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국민들의 금융신상품에
대한 수요에는 증권회사 및 투자신탁회사들과 공동상품을 개발하여 대응하는
등의 전략을 따르는 것이 국내 금융산업발전, 나아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