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과 미원간의 "맛대결"이 천연조미료 시장을 놓고 또다시 한판승
부가 불가피해졌다.
30여년간 우리나라의 맛시장을 사실상 분할, 지배해온 이들 조미료 양사는
최근들어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화학조미료의 매출신장
률이 감소하는 반면 다시다와 맛나 브랜드의 천연조미료시장이 대폭 성장하
자 천연조미료시장을 둘러싼 숙명의 라이벌전이 재연될 조짐이다.
지난 56년 동아화성공업에서 국내 최초의 화학조미료 미원을 내놓기 시작
한 미원과 7년뒤인 63년 종합식품업체인 제일제당이 설립돼 "백설표 미풍"을
출하하면서 시작된 양사의 맛싸움은 70년대 중반이후 핵산조미료인 "아이미"
대 "복합미원"의 대결시기를 거쳐 80년대에 들어와 천연조미료인 "다시다"와
"맛나"의 시장쟁탈전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기까지 양대기업간의 한치의 양
보도 없는 맛전쟁이 치열하게 지속되고 있다.
올 하반기들어 서서히 가열되고 있는 양사의 천연조미료시장전은 결국 화
학조미료시장에서 제일제당을 누르고 줄곧 우세를 견지해온 미원이 제일제당
이 선점하고 있는 천연조미료 시장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천연조미료시장은 제일제당이 지난 75년 11월 쇠고기다시다, 멸치다시다,
도시락다시다등 천연재료의 맛과 향을 내주는 제품을 출하하기시작했으나 미
원등 화학조미료의 맛에 이미 익숙해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 어려워 시
장정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오면서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른 건강 천연지향적 식품
소비패턴과 각종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화학조미료유해론 등
에 크게 자극받아 천연조미료시장이 81년 96.5%, 82년 147.6%, 83년 122.6%
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위 발효조미료와 핵산조미료등의 이름으로 시판되는
화학조미료시장은 지난해 총수요가 2% 감소한데 이어 올 9월말 현재 또다시
1.2%가 줄어들어 연간 조미료시장 약 1,500억원 가운데 화학조미료시장규모
가 980억원규모로 감소했다.
이같이 화학조미료 시장이 줄어들어 오는 90년대에는 천연조미료가 화학
조미료시장규모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히 대두되자 미원은 지난 9월
부터 쇠고기와 해물의 함량을 4-6배로 올린 "쇠고기국물 감치미"와 "종합해
물 감치미"등 2개 감치미류를 내놓고 천연재료의 함량이 5%에 불과한 제일제
당의 다시다류 천연조미료와의 대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천연조미료시장에서 미원에 앞서 신제품개발을 활발히 추진해온 제일제당
은 우리고유의 맛을 상품화한 된장찌개, 청국장다시다등에 김치양념다시다,
곰탕다시다, 냉명다시다등 계절상품을 비롯해 모두 12가지의 제품을 이미 출
하한데 이어 25일부터 쇠고기의 함량을 25%로 종전보다 5배나 높인 "다시다
골드"를 내놓으면서 미원의 공세에 정면 대응으로 맞설 전략이다.
어쨌든 "미원과 미풍", "미원과 아이미", "다시다와 맛나", "골드와 수퍼"
에 이은 양대조미료업체의 천연조미료시장을 둘러싼 제5차 라운드는 앞으로
천연조미료시장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라는 관점에서 그 어느 라운드보다 치
열한 한판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