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중국 과잉생산 대응 공동 성명…中 "팔 수 있을 때 팔자"

EU·G7, 중국 무역 정책 공조
中, 관세 전 수출 가속화
23~25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렸다./ 자료= 로이터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중국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한 성명을 25일(현지시각) 채택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율을 100%로 4배 높인 데에 이어 주요 동맹국들이 대중 견제 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중 간 마찰이 세계적 '무역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관세 인상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에 수출을 서두르면서 컨테이너 부족 현상에 봉착하는 등 대중 무역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G7, 美의 중국 과잉 생산 우려에 공감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 문제 및 러시아 제재에 관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G7 국가들은 25일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이 노동자, 산업, 경제 회복력을 훼손하는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과잉 생산의 잠재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따라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성명에 따라 유럽연합(EU) 및 G7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과 유사한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재닛 옐런 마 재무부 장관은 회의 개막 전 연설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은) 미국과 중국의 양자 문제가 아니다”라며 G7에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EU가 지난해 말 시작한 중국산 반(反)보조금 조사와 관세 인상 계획 등을 관련 정책으로 짚었다. 다만 대중 의존도가 높은 독일 및 주요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전면 갈등이 자국 시장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는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G7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이번 공동 성명을 크게 반겼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경제재정부 장관은 최종 기자회견에서 “중국 관세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이지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관련 정책을 시작했을 때 EU 내에서도 반성이 촉구됐다”고 말했다.

이날 G7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규탄하고, 러시아 동결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한 EU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지난 2월 열린 우크라이나 2주년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성명에 대한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및 동맹국 간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학계에서 우려하는 글로벌 분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中 제재 임박하자 '물량 밀어내기' 돌입… 컨테이너 부족 현상까지

중국은 관세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전 물량 밀어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 등 무역 제한 조치에 나서자, 중국 내에는 컨테이너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회사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이 오는 8월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제품 선적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일부 수출업체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약 3.7㎡) 하나에 개당 1000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가 넘는 가격이다. 중국 컨테이너 제조업체들은 공급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9월까지도 주문이 밀려있을 정도라고 차이신은 전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수출을 서두르면서 미국이 수출을 제한한 주요 품목의 수출도 호조세를 맞았다. 중국 세관총국에 따르면 올 1~4월 승용 신에너지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3% 뛴 71만2564대를 기록했다. 이 중 순수 전기차는 55만7496대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태양 전지의 수출량도 같은 기간 각각 전년 대비 3.8%, 28.1% 늘어난 11억7000만개와 450만으로 집계됐다.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새로운 관세 인상 조치가 단기적으로 중국 수출업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 인상 품목의 수출 절대량이 많지 않아서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의 전기차 관세 인상 조치는 “실질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수출 제재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양이 극히 적고,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관세 인상 정책으로 영향을 받을만한 업체는 중국 지리그룹이 지분을 보유한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인데, 지난 1분기에 이 회사는 미국에서 2200대를 판매하는 데에 그쳤다고 전했다. 다만 노무라홀딩스는 EU, 캐나다 등 다른 지역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대중국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서방 국가들의 관세 인상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지난 21일 수입차 관세 인상 계획을 성명을 통해 밝혔으며. 지난 19일에는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수입하는 플라스틱 원료인 POM(폴리옥시메틸렌)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세민 기자/베이징=이지훈 특파원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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