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서 1년에 73조 벌었다'…광산업 제왕 호주 BHP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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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M&A 추진 중인 광산업계 1위 기업
원자재 가격 상승에 큰 수혜
60달러짜리 주식에 年 배당금 6.5달러 뿌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에선 '땅파서 장사하냐'는 말을 이따금 한다. 땅을 파봤자 아무것도 안 나온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렇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자원 부국에는 땅을 파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기업이 적지 않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호주의 BHP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기업 인수 합병과 다양한 광물·에너지 자원 개발로 변신을 거듭하며 140년간 살아남아, 글로벌 광산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연간 수십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땅 파서 장사하는 기업답게 영업이익률이 40%를 오르내린다. 호주의 1인당 국민소득(2022년 기준)이 한국의 두 배가 넘는 6만5000달러에 이르는 비결이다. BHP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기반을 둔 영국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 인수를 추진 중이다. 친환경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철광석과 석탄 대신 구리 생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앵글로아메리칸 인수 '삼고초려' 실패..."포기는 없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BHP의 세 번째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협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앵글로아메리칸은 조건을 변경한 추가 제안을 요청했다. 당초 390억달러에서 시작한 인수가액은 세 번째 제안에선 492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BHP는 지난해 5월에도 호주 구리 광산업체 오즈미네랄을 60억달러(약 8조25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구리 광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와 친환경 전력 인프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구리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최근 구리 가격은 t당 1만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BHP가 앵글로아메리칸의 광산을 인수할 경우 생산량 점유율 10%를 넘어서며, 구리 부문 1위인 칠레 코델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앵글로아메리칸의 지분 7.4%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남아공 국영공공투자공사(SAPIC)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BHP가 앵글로아메리칸을 인수하면 칠레와 페루의 구리 광산만 남기고 남아공에 있는 자산들은 대거 처분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다만 협상과 관계없이 앵글로아메리칸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그룹 해체는 불가피하다. 앵글로아메리칸의 던컨 완블래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백금, 다이아몬드, 석탄 사업을 중단하고, 인기 없는 우드스미스 비료 프로젝트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BHP 주식은 호주와 영국에 상장돼 있고 미국 뉴욕 증시에도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돼 있다. BHP 주가는 앵글로아메리칸 인수 협상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지난 21일 3개월 만에 최고가인 61.63달러(뉴욕 ADR=주식 2주)를 기록했다. 다만 이날 인수 불발 후 58.73달러로 1.3%가량 하락했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주가가 이달 초 55달러선까지 떨어졌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린든 페이건 JP모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BHP는 다각화된 광업 회사로 여러 지역에서 철광석, 구리, 석탄, 니켈 등 다양한 광물을 생산한다"며 "강력한 현금 창출력으로 주주 수익률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며 주식 매수(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사진=로이터

높은 이익률과 풍부한 배당금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BHP는 명실상부 글로벌 광산업계 1위 기업이다. 시가총액 1556억7000만달러로, 2위 리오틴토의 시총 1266억6000만달러를 대폭 웃돈다. 매출 기준으로도 광산업계 선두다. 스위스의 글랜코어가 총매출은 더 많지만 이 회사는 자원 중개업이 메인이며, 중개업 매출을 뺀 광산업 매출은 BHP보다 적다. BHP는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칠레와 페루, 브라질 등에서 광산을 운영해 철광석과 석탄을 비롯해 구리, 탄산칼슘 등을 생산한다. 한국의 포스코 역시 BHP에서 대량의 철광석과 석탄을 공급받는다.

지난해(회계연도 기준·2022년 7월~2023년 6월) 매출은 538억2000만달러(약 73조460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한국 대기업 LG전자와 엇비슷하다. LG전자의 작년 매출은 84조2278억원이었다. 다만 BHP가 2022년 기록한 651억달러(약 88조8615억원)의 매출보다는 적다. BHP의 사상 최대 매출액은 2011년 기록한 704억8000만달러(약 96조2000억원)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41.5%에 해당하는 223억4000만달러(30조4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참고로 지난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3조5491억원이었다. BHP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원 가격이 폭등했던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341억3000만달러(약 46조6000억원)에 달했고, 그 기간에 한 주(뉴욕 ADR=주식 2주)당 6.5달러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과거 서구 열강들이 자원을 놓고 전쟁도 불사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BHP는 1885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실버턴의 은·아연 광산 마을에서 설립됐다. BHP는 'Broken Hill Proprietary company'의 약자다. 한때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사업도 했으나 2017~2018년 석유와 셰일가스 자산을 BP에, 천연가스전은 메리트에너지에 매각했다. 2001년 네덜란드계 광산기업 빌리턴과 합병해 한때 BHP빌리턴이라고 불렸고, 2017년 빌리턴 자산을 대거 매각하면서 다시 BHP가 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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