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일변도' 秋 꺾었지만…우원식 "중립, 몰가치 아냐"
입력
수정
지면A8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자 당 안팎에선 ‘강성 일변도’를 외친 추 당선인에 대한 비토 정서가 이변을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우 의원도 추 당선인에 비해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을 뿐 강성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후보 출마 일성으로 “국회법이 규정한 중립의 협소함을 넘어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당선 인사에서도 우 의원은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며 탈중립을 선언했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제어하는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秋보다는 온건파로 평가받지만
거야 입법 드라이브 제어 안될 듯
결과 발표 직후 한동안 정적
"후보 교통정리에 반감 작용"
李 "기계적 중립 아닌 민심 봐야"
○秋보다는 온건하지만…
1957년생인 우 의원은 연세대 재학 시절인 1981년 전두환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다 투옥됐다. 재야에서 인연을 맺은 이해찬·임채정 전 의원 등과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파인 재야 운동권 모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 몸담았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노원을에서 첫 배지를 단 뒤 18대에선 낙선했지만 19~22대까지 내리 당선되며 5선째를 맞는다. 김근태계로 분류되지만,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자신이 ‘찐명’임을 강조해왔다.우 의원은 강성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당내에서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지난 대선 때는 이재명 대표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 기본소득 등 이 대표가 내세운 ‘기본시리즈’ 공약을 지원하는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들이 한참 ‘명심(이 대표 마음) 마케팅’을 벌일 때 “이 대표가 나에게 ‘형님이 적격이죠’라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후보 선거를 앞두고는 “검찰개혁 시즌3를 추진하는 책임 의장이 되겠다”고 밝혔다.○거수기 국회 불 보듯
강성 노선을 밟아온 우 의원이 국회의장 자리에 오르면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 의원은 이날 당선 후 기자들을 만나 “옳고 그름의 판단과 민심이 우선”이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남용은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으로서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민주당 등 야권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 법안을 재발의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의와 법률안 ‘직권상정’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의장의 협조가 있으면 민주당이 발의한 각종 특검법과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한층 수월해진다.이날 우 의원은 개헌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 입법부 삼권분립을 분명히 하는 문제들을 개헌안에 당연히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심’ 꺾자 당황한 민주당
우 의원이 당선되자 추 당선인을 밀었던 당원들은 당황한 분위기다. 이날 개표 현장에서 결과가 발표되자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일부 의원은 놀란 채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다.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불출마하는 등 교통정리가 이뤄지자 당내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반감이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합니다”라고 썼다. 이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우원식을 지지한 수박(비이재명계의 멸칭)들 나가라”며 강성 당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이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이게 당심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실을 찾은 우 의원에게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민심에 중심을 두고 국회를 운영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우/정상원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