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사이 '인기 폭발'…"이것 덕분에 점심값 아껴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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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프렙(meal+prep) 인기
도시락 대비 차별점은 '효율 중시'
식비 절약에 건강도 챙길 수 있어
"도시락 문화는 진화 중"
유 씨는 이제 노하우가 생겨 5일 치 점심을 만드는 데 2시간도 안 걸린다고 전했다. 그는 "주말에 밀프렙용으로 채소와 고기 등 장을 보는데 3만원가량 든다"며 "마트에서 먹고 싶은 것을 양껏 사도 밖에서 사 먹는 도시락이나 마트의 밀키트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샐러드, 파스타, 볶음밥 등이 유 씨의 주메뉴다. 점심시간에는 탕비실 냉장고에 보관해둔 도시락을 바로 먹거나, 메뉴에 따라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먹는다. 유씨는 "점심을 빠르게 먹고 개인 용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식비 절약 외에도 장점도 많다"고 전했다. 유씨와 같은 직장인 '밀프렙족'이 늘어나는 요인은 규칙적인 식단 등 일상 속 건강 관리를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와 맞물려 있다. 정해진 재료로 일주일 식단을 짜기 때문에 식단이 일주일 내내 비슷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보관이 쉬운 식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낀 직장인들의 지갑사정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도 유익하다.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밀프렙 노하우를 담은 영상 콘텐츠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신선함을 유지하는 밀폐용기를 추천하거나, 같은 샐러드라 하더라도 월·화에는 상하기 쉬운 해물류를 먼저 넣고 수·목·금에는 닭가슴살을 넣는 등 밀프렙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22일 키워드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밀프렙'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4.61% 급증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직장인도시락'으로 올라온 게시물 수도 이미 49만건을 넘어섰다. 최근 신한은행이 공개한 '2024 신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점심 한 끼로 평균 1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물가상승으로 점심값을 절약하려는 직장인들의 움직임도 확산하는 분위기였다. 응답자의 68.6%가 '지난해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점심값을 평균 4000원 줄이는 데 성공했는데, 남녀 공통으로 꼽은 점심값 절약법은 도시락 준비가 유일했다.
남성의 경우 구내식당,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굶는 사례가 뒤를 이었고 여성은 커피·디저트 등을 줄이고 음식점 상품권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점심 끼니를 직접 만들려는 직장인이 늘자 이를 담는 용기의 판매량도 덩달아 늘었다. 2월 위메프가 당월 1일부터 14일까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도시락통' 카테고리의 상품 거래액 또한 전월 동기 대비 90% 늘었다.밀폐용기 브랜드 '락앤락'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락 관련 제품군 판매량은 전년 대비 66%가량 증가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런치플레이션' 문화 확산 등으로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신제품 도시락 용기를 출시하는 등 도시락 용기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밀프렙족'이 늘어난 것과 관련,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식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는 것을 넘어 이 과정이 대중화돼 이젠 놀이처럼 즐기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직장인들의 소비가 대부분 식비와 교통비에 쏠려 있는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느끼면 점심값부터 줄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며 "고물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도시락을 즐기는 모습이 앞으로도 다양하게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