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고교생, 괴롭힘 끝 사망...미국 '발칵'

미국에서 논바이너리(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벗어나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람)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나와 미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검시관실은 지난 달 8일 사망한 오와소 고등학교의 넥스 베네딕트(16)의 사인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지었다고 13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베네딕트는 사망 전날 학교 화장실에서 나이가 더 많은 여학생 3명과 싸워 경찰까지 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딕트는 경찰에 그를 공격한 학생들이 평소에도 옷차림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자신과 친구들을 괴롭혀왔으며, 당일에도 화장실에서 "왜 저렇게 웃냐"며 놀렸다고 주장했다.

화가 난 베네딕트는 자신을 놀리는 학생들에게 물을 끼얹었고, 이후 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자신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베네딕트는 괴롭힘 사실을 학교 측에 알린 적이 있냐는 경찰의 질문에 "그게 무슨 소용일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했으나 다음 날 집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응급실에서 숨졌다.

베네딕트의 가족들은 그가 학교에서 성정체성을 이유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사건으로 오클라호마주 전역에서는 추모 집회가 이어지는 한편 학교 측이 성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을 방치했다는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달 26일 베네딕트가 다니던 고등학교 학생 40여명이 교내에 만연한 괴롭힘 문화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고 미 NBC 뉴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교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이 학교 측에 그 사실을 알려도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 오클라호마 주지사 등도 이번 사안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미 성소수자 청소년 인권 단체인 '레인보우 유스 프로젝트'의 브랜든 딜라와리 매니저는 AP에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은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비극적이게도, 많은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으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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