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벗 시그널'에…증시·채권·비트코인 다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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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둔화가 쏘아올린 '에브리싱 랠리'미국과 유럽 증시가 줄줄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피벗(통화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은 오는 9월 인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국채와 비트코인 가격도 피벗 기대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세계가 환호
"고금리 정책 머지않아 끝난다"
'9월 인하설' 기대감 되살아나
통화정책 전환 먼저 예고한 유럽
이달들어 증시 최고가 연일 경신
○세계 주가지수 신고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MSCI 세계지수(ACWI)는 전날보다 1.004% 오른 793.77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MSCI ACWI는 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의 주요 기업을 추종하는 지수다. 세계 시가총액의 85%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지수에 포함돼 있다. MSCI ACWI는 지난달 달러화 강세와 중국 증시 약세 등으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달러화 강세가 멈추고 아시아·유럽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4월 저점 대비 6% 올랐다.지난달 미국 증시는 등락을 반복했다. 2,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각각 전월보다 오르며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지난달 비농업일자리가 월가 전망치(24만 개)를 밑도는 17만5000개 증가하며 노동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기도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전날 “올해 첫 3개월간 (예상을 웃돈) 지표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한 확신이 이전처럼 높지는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의 연 5.25~5.5%대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달러화 강세도 이어졌다.
이날 발표된 4월 CPI 통계는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Fed가 원하던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드러나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 인하 가능성을 72.4%로 점치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4.1로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먼저 금리 내릴 듯
이날 아시아 증시는 미국과 동반 상승했다. 특히 일본 등 기술주가 채권 금리 인하의 수혜를 봤다. 체탄 세스 노무라홀딩스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증시는 달러 약세와 미 채권 금리 하락 환경을 환영할 것”이라며 “달러 강세로 어려움을 겪은 아세안(ASEAN) 주식과 반도체·AI(인공지능) 관련주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일본 도쿄일렉트론(4.51%) 아드반테스트(2.98%) 등이 급등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중국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각각 1.52%, 0.08% 상승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0.74%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유럽 증시는 이달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0.59% 오른 524.71을 기록했다. 지난 2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ECB가 Fed보다 먼저 다음달 피벗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됐다.
이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연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낮춘 것도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집행위는 올해 EU 인플레이션이 2.5%로, 내년 하반기 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전망치는 올해 2.7%, 내년 2.2%였다.증시에 부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집계한 지난달 세계 다국적 기업 채권 디폴트 건수는 18건으로 2020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인엽/이현일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