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커피 사무관' 뒀는데…안 잡히는 가공식품 물가

물가 통제 실효성 의문
11월 5.1%↑…5개월 만에 반등
설탕 19%, 우유 16%, 커피 12%…
되레 담당자 둔 9개 중 5개 올라

기업엔 '가격 동결' 압박하지만
전문가 "이대로면 나중에 폭등"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커피 제품을 고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을 웃돌았다. /임대철 기자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밀착 관리에 나선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 9개 가공식품 중 7개 품목의 물가가 전월 대비 상승폭이 커지거나 하락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가팔라졌다. 정부가 11년 만에 도입한 ‘MB식 물가 실명관리제’가 현장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파른 상승세 보인 가공식품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9.48로 전년 동월 대비 5.1%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이후 넉 달 연속 둔화하다 지난달 반등했다. 전체 평균 물가상승률(3.3%)보다 1.8%포인트 높았다.

가공식품지수를 구성하는 73개 품목 중 상승폭이 두 자릿수인 품목은 20개였다. 소금이 21.3%로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참기름(20.8%) 파스타면·설탕(각각 19.1%) 당면(18.1%) 우유(15.9%) 등의 순이었다.

상승률이 10월보다 높아진 품목은 전체 73개 중 절반을 넘는 38개였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전담 공무원을 신규 지정한 9개 가공식품 중 7개의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직전 달보다 높아지거나 하락폭이 줄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9일 물가 체감도가 높은 빵, 우유, 스낵과자, 커피, 라면, 아이스크림, 설탕, 식용유, 밀가루 등 9개 품목을 관리하는 사무관급 전담자를 지정했다. 그러면서 품목별 전담 공무원이 물가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5.9%로 10월(14.3%)보다 높아졌다. 2009년 8월(20.8%) 이후 14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도 15.2%에서 15.6%로 올라 2009년 4월(26.3%) 이후 14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커피는 11.3%에서 11.6%로, 설탕은 17.4%에서 19.1%로, 식용유는 3.6%에서 4.1%로 상승했다. 라면과 밀가루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직전 달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줄었다. 같은 기간 빵(5.5%→4.9%)과 스낵과자(-0.9%→-1.5%)만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하락폭이 커졌다.

○정부 “관리했으니 이 정도 유지”

정부는 가공식품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는 등 밀착 관리에 나섰기 때문에 물가 상승폭을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농식품부 실·국장들은 지난달 초부터 연일 식품 기업을 찾아 물가 안정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식품업체인 SPC를 방문해 빵 가격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식품 기업들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인상 계획을 잇달아 철회했다. 오뚜기,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식품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접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일각에선 농식품부가 지나치게 기업의 팔을 비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지난달 ‘MB식 물가 관리제’가 시행될 때부터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누르는 건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원재료값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뚜렷한데도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가격을 억누르면 나중에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전담 공무원을 신규 지정한 9개 가공식품이 전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9개 품목의 가중치는 23.4로 총지수(1000)의 2% 수준이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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