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임기말 '친노조 판결 알박기'…기업들 긴장감 커진다

논란 커지는 대법원 판결

통상임금·불법파견 등 핵심 분쟁
연이어 근로자 측 손 들어줘

진보 성향 대법관 임기 만료 전
하청단체 교섭권까지 인정 우려
기업 "차라리 재판 지연이 낫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장남 제사 주재자 지위 인정’ 재판의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에게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조합원 개인별 책임 정도를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 말 ‘친노동 판결 알박기’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 취임 후 6년간 핵심 사건에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이어진 가운데 임기 막판 그 정도가 한층 심화하고 있어서다. 산업계는 김 대법원장과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퇴임 전 상징성이 큰 노동 분쟁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친노동’ 판정 잇따라

김 대법원장 체제가 출범한 2017년 9월 이후 대법원은 여러 노사 분쟁에서 파급력이 상당한 판결을 쏟아냈다. 통상임금 소송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2020년 8월 기아 근로자들이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준 데 이어 2021년 12월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소급분에 포함할지를 두고 HD현대중공업 노사가 다툰 소송에서도 근로자 측 승소 판결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재직 중인 근로자만 받는다’는 조건이 달린 금융감독원의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상여금에 ‘재직 조건’이 붙었을 때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10년 만에 뒤집은 결정이다.

대법원은 불법 파견 분쟁에서도 근로자 측에 경도된 판결을 연거푸 내렸다. 지난해 7월 포스코에 “협력업체 근로자 59명의 파견 지위를 인정하고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올해 4월엔 ‘불법 파견을 인정받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최대 10년 치 임금 차액을 원청에 청구할 수 있다’는 판단까지 내놨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직원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임금피크제 효력을 둘러싼 소송전에도 불을 지폈다.

○현대중공업 등 파장 큰 사건 줄줄이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진보성향 대법관의 임기 종료 전에 계류 중인 주요 노동 관련 현안 재판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임기를 마치는 조재연(중도)·박정화(진보) 대법관의 후임으로 중도 성향인 서경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합류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13명(대법원장 포함) 중 진보 대법관은 6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9월 퇴임하는 김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중도나 보수 성향 인물을 임명하면 대법원의 진보 성향이 이전보다 옅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집중 조명을 받는 사건은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과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다투는 소송이다. HD현대중공업이 1·2심에서 연달아 승소할 때만 해도 승기를 굳혔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올 1월 CJ대한통운이 같은 쟁점의 소송(1심)에서 패소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HD현대중공업이 패소하면 지난 15일 현대자동차와 금속노조 조합원 간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도입 효과가 생기는 사안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 2조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5일 현대차 소송에서 대법원이 내놓은 “노동조합원에게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할 때는 조합원 개인별로 책임 정도를 따져야 한다”는 판단은 노란봉투법 3조의 핵심 내용이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해 HD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소송을 대리해온 법무법인 태평양 외에 최근 김앤장을 추가로 선임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법조계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임기 내 최대한 상징성 있는 판결을 많이 남겨 업적으로 삼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민경진/곽용희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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