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윤관석, '경쟁 캠프서 금품' 정보에 돈봉투 살포 결심"(종합)

이성만·윤관석 영장 청구서에 증거인멸·중대사안 내세워 구속필요 강조
이성만 "사법권 남용은 헌정질서 유린 행위" 윤관석 "부당한 야당 탄압"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윤관석 의원이 송영길 전 대표의 경쟁후보 캠프에서 금품을 뿌린다는 정보를 접하고 돈봉투 살포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송 전 대표 측뿐 아니라 다른 캠프에서도 금품 살포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30일 이성만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 등에 따르면 2021년 5·2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측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했다.

경쟁 후보들(홍영표·우원식)과의 격차가 좁혀지는 가운데 송 전 대표의 전국대의원 지지율이 그해 4월 말께 서울·경기·대구·전북에서 2위로 밀려나기까지 하는 등 4월28일부터 닷새간의 투표 기간 지지율이 역전될 위험성이 가시화된 상황이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런 위기 속에 윤 의원이 경쟁후보 캠프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이 지지층 이탈을 막고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현금 제공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다만 검찰은 경쟁후보 캠프가 어디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는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정근씨에게 현금 300만원씩 든 봉투 10개를 전달했고, 이씨는 4월27일 이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윤 의원에게 건넸다.

윤 의원은 대의원·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시작되는 첫날(4월28일) 이 현금을 뿌려 송 전 대표의 득표율을 최대한 높이려고 계획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4월28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모임'에서 참석 의원들에게 봉투 10개를 건넸고, 이 중 1개는 이 의원에게 제공됐다고 파악했다. 또 당초 참석 예정이던 의원 일부가 불참해 다른 의원에게 봉투가 건네지자 윤 의원이 이씨 등에게 3천만원을 더 받아 이튿날 의원회관에서 봉투 10개를 추가 살포했다고 봤다.
이 의원은 송영길 캠프에 총 1천1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이 의원은 2021년 3월18일 여의도에 있는 캠프 사무실을 찾아가 이씨에게 운영비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을 제공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전국 본부장단 집중회의가 시작되기 몇시간 전 캠프 사무실을 찾아가 이씨에게 현금 1천만원을 더 건네 각 지역본부장들에게 현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청구서에 두 의원의 구속 필요성에 대해서도 상세히 강조했다.

이 의원의 경우 통화 녹음파일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로 사실관계가 명백히 확인되는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압수수색 등 주요 국면마다 핵심 관계자인 송 전 대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긴밀하게 접촉했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윤 의원과 말을 맞출 우려도 크다고 봤다.

아울러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회의사당 안에서 다른 의원에게 매표 행위 대가로 300만원을 수수해 대의제 및 정당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범죄의 중대성 또한 구속 사유로 고려돼야 한다고 적었다.

윤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의 압수수색 전날 기존 휴대전화를 은닉 또는 폐기하고 새로운 휴대전화로 교체한 다음 강래구 등 관련자들과 접촉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구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피의자의 보좌진은 본건 범행 당시 사용하던 업무수첩 등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 전날 파쇄한 것이 확인되는 등 이미 증거를 은닉하거나 인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돈봉투 수수자군에 대한 수사가 남아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위험성은 이미 종료된 것이 아니라 향후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살포 대상인 국회의원 1명의 표는 다른 대의원 수십명의 표 가치와 동일한 점에 비춰 본건 범행이 선거에 미친 영향이 막대해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30일 낸 입장문에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정치적 의도 아래 일단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법권을 남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도 입장문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 행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부당한 야당 탄압용 기획 수사, 총선용 정치 수사에 맞서 결백과 억울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표결은 다음 달 12일 이뤄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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