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로 '일본차 텃밭' 印尼 진격

1분기 판매 1만대 '돌풍'
2년 만에 판매량 '톱10' 진입
日 전기차 개발 뒤처진 사이
현지 공장 짓고 아이오닉5 생산

출고 대기 4000대…"증산 추진"
전기차 부가세 인하도 호재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제공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선 현대자동차·기아가 인도네시아 진출 2년여 만에 현지 판매량 7위로 올라섰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자동차 시장의 전초기지로 꼽힌다.

현대차는 반세기 넘게 일본 차 업체의 ‘텃밭’이던 인도네시아에서 ‘최초 현지 생산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앞세워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오닉 5의 인기를 감안해 현지 생산량을 최대 세 배로 늘리기로 했다.

1년 새 판매량 두 배로 급증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에서 신차를 1만431대 판매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6085대) 대비 두 배 가까운 판매량이다.

현지 시장 점유율도 1분기 기준 2021년 0.7%에서 지난해 2.3%, 올해 4%로 수직 상승했다. 1위인 도요타(31.1%)와 혼다(16.7%), 미쓰비시(8.2%) 등 일본 업체들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추격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판매 순위도 2021년 1분기 10위에서 올해 7위로 올라섰다. 일본 차들이 상대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뒤처진 사이 현대차가 작년부터 현지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 판매하며 판을 흔들고 있다.인도네시아는 물론 아세안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는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인도네시아에서 이 차의 판매가는 최저 사양 모델 기준 7억4800만루피아(약 6642만원)다.

현지 전기차 판매 2위인 우링자동차의 ‘에어EV’(최저 2156만원)에 비하면 세 배, 전체 자동차 평균 판매가(364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워 현지 전기차 시장의 55%(2월 기준)를 점유하고 있다.

판매 전망도 밝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 국내 차량 생산의 2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 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이달부터는 순수 전기차(BEV) 판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기존 11%에서 올해 말까지 1%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 5 판매가는 8.8%가량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 효과까지 더해지면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 5의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생산 최대 연 25만 대 체제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현대차는 현지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판매법인(HMID)에 따르면 아이오닉 5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는 4000명에 이른다. 마크무르 HMID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11일 한 인터뷰에서 “한국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현지 공장) 생산량을 2~3배 늘릴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현대차는 연 1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인도네시아 델타마스 공장에서 작년 8만2400대를 생산했는데, 이를 최대 연 25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차 시장 규모도 아세안에서 가장 크다. 최근 2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10% 증가하며 성장 잠재력도 높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아세안무역협정국이어서 부품 현지화 비율이 40%를 넘으면 완성차를 관세 없이 아세안 국가 전체에 수출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겨냥해 현지에 완성차 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매장량이 세계 최대(30%)인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공급망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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