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세대가 선망하던 공기업·공무원, Z세대는 "굳이 왜"

Z세대 "신의 직장 매력없다"

외환위기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
직업 고를때 '안정' 최우선 고려
주식호황 지켜본 Z세대는 달라
먼 미래 대신 '현재의 만족' 원해

든든한 부모 둬 부양부담은 줄고
과거 '인기직장'선 성장한계 느껴
"연공제 없애고 성과제 도입해야"
“아무리 잘해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나온 표재우 씨(24)는 공기업에 입사하거나 연구원이 되는 대신 스타트업 합류를 택했다. 기존 조직에 들어가면 못해도 잘리진 않겠지만 잘해도 위로 올라갈 기회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가 들어간 블루시그넘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빠지지 않는 연봉과 평판, 감당할 만한 노동량, 웬만하면 해고되지 않는 안정성…. ‘신의 직장’의 매력은 해가 바뀌어도 많은 취업준비생의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Z세대’의 반응은 다르다. 자아실현과 성장 욕구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직장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느니 의대, 로스쿨 등 전문직을 지향하거나 짧게 일하고 돈을 벌 수 있으면서 스트레스가 덜한 배달, 생산직 등에 더 관심을 갖는다.

‘짧고 굵게’…위험 즐기는 Z세대

Z세대는 선배 세대인 밀레니얼(M)세대와도 가치관이 다르다. M세대의 부모는 외환위기 때 대규모 실직을 경험했다. 이를 보고 자란 M세대는 비록 받는 돈은 적어도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공무원, 공기업, 국책은행 등이 신의 직장으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Z세대는 다르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불안함을 덜 느낀다. 오히려 비트코인, 주식, 부동산 등으로 돈을 버는 사람을 많이 봤다. 꾸준한 수익보다는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버는 것을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선진국형 인간의 특징으로 분석했다.<대한민국 인구·소비의 미래>를 쓴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이들은 인생 전체에 걸쳐 현재 고통의 미래 환원을 기대하지 않고 긴 인생을 바라보는 호흡도 짧아 단시간의 현재 만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세대만큼 정규직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8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청년 가운데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을 원하고 실제로 추가 취업이 가능했던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지난해 11만8000명이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6만7000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필요한 만큼만 일하는 청년이 늘었다는 뜻이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기회는 줄어

인구학적 변화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자리보다 청년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123만6000명이던 청년 인구는 지난해엔 856만7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청년이 체감하는 기회는 줄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 미등기임원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69.8%에서 2022년 82.8%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40대 임원 비중은 29.6%에서 17.0%로 급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기가 올라갈 위치가 한정돼 있다면 조직에 충성해 계속 올라가는 경로보다는 자기 계발이나 창업 등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Z세대가 매력 느낄 제도 개혁 필요

부모 세대가 부유한 것도 신의 직장이 더 이상 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한 요인이다. 부양 부담이 적어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Z세대의 부모 세대가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은 자식 세대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감시 강화, 공공부문 연봉의 장기 정체 등도 Z세대가 신의 직장에서 멀어진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연공제에 기초한 연령 차별을 없애고 정확한 업무 측정과 성과 배분이 되도록 제도·관행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청년들이 선배 세대를 추격하고 역전할 수 있는 고용과 지원 제도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기존 제도를 새로운 세대의 가치에 맞게 바꾸지 않으면 조직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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