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억 빌딩 공짜로 쓰는 민노총

경기도서 '무상임대' 특혜
年 1억수준 관리비도 지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가 70억원 이상을 투자한 건물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3년 가까이 무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총은 별도로 매년 1억원가량의 건물 관리비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노총은 그동안 “서울 정동의 경향신문사 건물만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수원 인계동 중심가에 있는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빌딩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로 있던 2020년 4월 도는 해당 건물을 41억원에 매입한 뒤 32억원 정도를 더 들여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리모델링 공사에는 경기도 예산을 투입했다. 건물 관리인 급여 연 7000만원과 전기요금 등 약 1억원도 매년 지원하고 있다.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전국 민노총 지역본부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비슷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노총은 총 16개 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민노총은 “정부 지원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건물 보증금 30억원 외에 없고, 정부가 회계 자료를 요구할 권한도 없다”고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의원은 “건물을 제공할 때부터 당시 이 지사가 노조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경기도민의 세금을 노조에 퍼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 지원 없다더니…임대료·관리비 특혜 받은 민노총

지난 21일 방문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본부 사무실은 30억원 이상의 리모델링 비용이 투입된 덕분에 웬만한 기업 사옥보다 깨끗했다. 1~3층은 사무실, 4층과 5층은 각각 교육실과 강당 등으로 쓰이고 있었다. 빌딩 이름은 ‘경기노동복지센터’지만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금속노조, 서비스연맹 등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이 입주해 있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1~5층 전체를 사용할 경우 보증금만 5억~7억원, 월세는 2000만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노총은 연 2억4000만원의 임차료에 건물 관리비 1억원 등 3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셈이다.

해당 건물은 2020년 5월 민주노총 입주 당시부터 특혜 논란이 일었다. 건물 소유자는 경기도지만 실제론 민주노총이 운영 권한을 갖고 수년 동안 무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도의회 회의록을 보면 “독자 운영이 불가능해 경기도가 운영비 등을 추가 지원해줘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경기도는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 경기도의회 의석수의 95%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가 지원 조례가 개정됐다. 연 1억원의 운영 비용을 대주는 게 골자였다. 운영권을 한 차례 연장 갱신하면 10년까지 무상 임차할 수 있다.

경기도 행정1부지사 출신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도 소유 건물을 민주노총이 전용하도록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된다”며 “도민 세금의 편법 지원으로 철저한 감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양대 노조가 무상으로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자체가 직접 현금을 노조에 지원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운영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간접 지원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기본부가 입주한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경기도는 이 건물을 짓는 데 약 290억원을 썼다. 한국노총 경기본부는 2030년까지 건물 운영권을 보유하고 무상으로 쓰고 있다.울산에선 한국노총 울산본부가 노동복지센터를 무상 임차해 쓰고 있다. 2019년에 재건축된 건물로 울산시에서 약 70억원을 지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쓰는 노동화합센터에도 약 70억원이 투입됐다. 두 건물 모두 소유자가 울산시이기 때문에 건물 노후화나 파손 시 시설 보수 금액은 울산시가 부담해야 한다. 임차료도 물론 내지 않는다.

양대 노조는 울산시에 “경기도처럼 운영비를 지원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오/이광식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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