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서 아바타 통해 분양 단지·주변 체험

견본주택이 달라지고 있다

성냥갑 미니어처 모형도 대신
빔프로젝터가 입체 조감도 그려

메타버스 모델하우스도 인기
강원 양양군에 들어설 생활 숙박시설 ‘인스케이프 양양 바이 파르나스’ 홍보관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딩. 입구에는 모델하우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냥갑 같은 미니어처 모형도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관람객이 들어온 것을 인지한 센서가 여러 개의 빔프로젝터를 작동시켜 입체 조감도(사진)를 그려냈다.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니 양양군의 해변이 3차원(3D)으로 펼쳐지고, 창 안에서 보는 해변의 모습과 일조량에 따른 풍경 변화가 정면과 측면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 사업지의 시행사인 피데스개발의 김희정 연구소장은 “전시 기간에만 쓰고 폐기되는 미니어처 모형도 대신 3D로 구현되는 입체 홍보관을 마련했다”며 “주목도를 높일 뿐 아니라 관광지 양양 해변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어 반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주택 분양의 선봉대인 모델하우스가 달라지고 있다. 조감도와 공간 인테리어, 분양 상담창구로 이어지는 전통적 관람 방식 대신 가상공간이 모델하우스 현장을 대체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변화다. 업계에서는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모델하우스 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설명한다.

GS건설이 지난 5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서 분양한 ‘강서자이 에코델타’는 메타버스(3D 가상현실)를 접목한 모델하우스로 주목받았다. 건설회사가 홈페이지에 선보이는 ‘사이버 견본주택’이 평면도와 현장 사진 위주였다면 메타버스 모델하우스는 게임을 하듯 1인칭 시점에서 현장을 둘러보는 현실감을 제공하는 게 차이점이다.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에서 분양 단지를 선택하면 입장할 수 있는 캐릭터가 생성돼 단지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아바타는 단지에서 초등학교와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둘러볼 수 있고, 단지 안에 들어가면 커뮤니티 시설 체험도 가능하다.

상반기 공급한 대우건설의 경기 수원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와 한화건설의 ‘한화 포레나 천안아산역’도 메타버스 모델하우스를 적극 활용했다. 한화건설은 분양 후 철거해야 하는 모델하우스에서 많은 건설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가상현실을 활용한 모델하우스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평가받는 직방은 지난해 7월 가상공간 빌딩 메타폴리스를 짓고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안성우 대표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메타폴리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워홈, AIF 등 20여 개 업체 직원 2000여 명도 메타폴리스로 출근한다. 올해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가상공간 브랜드 ‘소마’를 출시하고 직방 미국법인 소마디벨롭먼트컴퍼니를 설립했다.

박종필/김은정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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