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새 지평 연 K바이오…글로벌社 '눈독'

佛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글로벌 제약·바이오社 한자리에

세 번째 항암 바이오시밀러 출시
셀트리온에 유럽 의료진 시선집중

에이치엘비, 간암치료제 3상 발표
"새로운 치료 옵션 될 것" 호평

네오이뮨텍, 췌장암 등 효과 확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종양학회에 꾸려진 셀트리온의 단독 부스. 파리=남정민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개발 중인 항암 후보물질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공개한 임상 결과는 암환자의 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난치암 치료 가능성까지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바이오에 세계가 ‘주목’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5일간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ESMO에는 세계 종양학 전문가, 임상 전문의 등 참가자만 2만여 명에 달했다. 미국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대형 부스를 차리고 항암 신약 개발 상황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선 개막 전 공개된 논문 초록만 1000편을 넘었다.국내 바이오 기업도 부스를 꾸렸다.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에 이어 세 번째 항암제 베그젤마를 유럽 시장에 내놓는 셀트리온 부스에는 하루 400여 명의 방문자가 찾았다. 주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의료진이 부스를 찾았다. 이들 의료진의 전문 분야도 폐암, 간암, 대장암 등으로 다양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머물지 않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면역항암제로도 제품군을 확대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간암 치료제 나왔다” 호평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간암 병용임상 3상 결과를 약 10분간 구두 발표했다. 리보세라닙은 ‘VEGFR-2(신생혈관수용체)’ 저해제, 캄렐리주맙은 ‘PD-1(단백질)’ 저해 약물이다. 가장 눈길을 끈 지표는 22.1개월인 환자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이었다. 이 수치는 간암 치료제 가운데 가장 긴 기록이다. 대조군인 바이엘 넥사바의 mOS는 15.2개월, ‘아바스틴+티센트릭’ 조합은 19.2개월이다. 발표 현장에서 청중 사이에서는 ‘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구두발표 후 학회장에서 만난 정세호 엘레바 대표는 “바이오업계에서 ‘확신’이란 단어를 함부로 쓰긴 어렵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허가가 날 확률은 99.9%”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FDA 출신인 정 대표는 올해 3월 에이치엘비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네오이뮨텍은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췌장암과 현미부수체안정형(MSS) 대장암, 난소암 대상 임상 2상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분석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췌장암 임상 총괄책임자인 웅 나잉 교수는 “T세포 증폭제 ‘NT-I7’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했더니 췌장암 환자 1명에게서 부분관해(PR)를 확인했다”며 “연구 부위 종양 감소율이 100%에 달하는 등 아주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 등도 ‘조명’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ABL602’의 전임상 데이터를 구두 발표했다. ABL602는 암세포 표적항체(CLL-1)와 T세포를 활성화하는 항체(CD3)를 결합한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1조원대 기술수출을 했던 사노피 관계자들과도 만나 임상 전략 등을 협의했다.

학회장에서 만난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의장은 “곧 시작될 면역항암제 미국 임상 2상 준비로 프랑스 현지에서 연구자,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들과 매일 미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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