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법' 결국 데드라인 넘겼다…50만 집주인들 '멘붕'

국회 본회의, 내달 1일로 연기
법안 통과 안되면…50만 유주택자 중과
민주당 "부자 감세" 주장…협상 난항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가 내달 1일로 미뤄지면서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법안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을 올해만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개정안이 정부가 정한 '데드라인'을 넘기자 납세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최대 50만명에 달하는 납세자들은 중과된 세금 고지서를 받거나 다주택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열 계획이었던 국회 본회의를 내달 1일로 순연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당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아서다. 여야가 본회의를 미루면서 결국 이달 처리가 기대됐던 종부세 완화 법안은 '데드라인'을 넘기게 됐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종부세 완화 방안은 1주택자의 경우 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주택 매매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다주택자가 된 경우, 상속받아 다주택자가 된 경우, 지방 저가 주택을 가진 경우 등은 해당 주택을 과세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있다.

정부가 이달 내로 종부세법 개정안이 처리되길 기대했던 이유는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례 신청 절차가 있어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국세청은 내달 6일 특례 신청 자격이 있는 납세자에게 안내문을 보내고, 내달 16~30일까지 특례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안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달 내 법 개정이 사실상 불발돼 국세청은 안내 대상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이에 내달 말 특례 신청도 받기 어려워졌다.개정안 처리 불발로 기존 현행 법령대로 중과 조치를 받을 수밖에 없는 납세자는 최대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저희 추산으론 약 40만명 내지 또 부부 공동명의의 재산이 있을 경우 최대 50만명까지 종부세가 기존 세법대로 중과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특례 적용 여부에 따라 세액은 갈린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이 이번 세제개편안 적용여부에 따라 보유세를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1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는 세제개편안이 적용됐을 땐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기존대로 과세 기준이 11억원이 적용되면 종부세 73만원을 내야 한다.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마포자이' 전용 84㎡, 성동구 상왕십리동 '텐즈힐' 전용 84㎡,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 전용 84㎡ 등을 보유한 1주택자들도 세제개편안이 적용되면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적게는 27만원에서 많게는 51만원까지 종부세를 납부해야한다.우병탁 팀장은 "국회 본회의가 다음 달로 밀리면서 시간이 더 촉박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국세청 등에서 종부세 고지서를 배포하기 위한 절차 등을 고려한다면 개정안이 최대한 빠르게 국회 문턱을 넘어야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국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실수요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1주택자로 추정되는 한 납세자는 "어차피 여야가 짜고 치는 것 아니냐. 여당은 야당이 반대할 것이라고 뻔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야당은 세수 줄어드는 부분이 싫지만 지지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늉만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납세자도 "(완화를) 해준다고는 하는데 되긴 되는 것이냐. 방안만 잔뜩 나오고 처리되진 않아 헷갈린다"고 푸념했다.

한편 당장 종부세 관련 법안을 처리할 기회는 내달 1일 본회의다. 다만 법안 처리가 수월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서다. 민주당은 일시적 2주택자 등에 대한 종부세 감면은 찬성하지만,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려주는 것은 ‘부자 감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신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으로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80%로 상향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