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너무 싸네"…외국인, 강달러에도 5조 담았다

환차손 감수하며 순매수 이어가
환율 급등으로 저평가 매력↑
"달러 환산 코스피 2100 수준"

엔화·유로화 크게 떨어지며
원화가 상대적 강세 보인 영향도

전문가 "쇼트커버링 매수 많아
추세적 반등으로 보기엔 일러"
“원·달러 환율이 계속 뛰는 데도 외국인이 꾸준히 주식을 사는 건 이례적이네요.”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외국인 수급 동향을 두고 한 말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치솟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다. 증권가에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가 매수를 노린 외국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지수는 2100선 수준까지 내려와 매력적인 가격대라는 설명이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지분율 최저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초 이후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7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초 1298원에서 23일 장중 1345원 이상으로 치솟았음에도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통상 환율이 오를 때 외국인이 환차손을 우려해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의 저평가 매력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외국인 지분율 △달러 외 전반적인 통화 약세 △미·중 갈등 수혜 기대 등을 꼽았다.한국경제신문이 현대차증권에 의뢰해 코스피지수를 달러로 환산해 분석한 결과 최근 수치는 2019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100~2200선에서 움직였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2400~2500 수준이지만 외국인이 체감하는 지수는 그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주식을 매매하는 만큼 달러 기준으로 지수 수준을 파악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가 일반 코스피지수보다 16%포인트 이상 저평가된 바 있다. 이듬해 환율 안정과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증시는 급반등했다. 외국인은 2009년 국내 증시에서 32조3864억원을 순매수했다. 그해 코스피지수는 49.65% 뛰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점도 매수세를 뒷받침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32%대에서 움직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27%대까지 내려왔다.원·달러 환율이 오르긴 했지만 엔화, 유로화 등 다른 통화 가치가 더 크게 빠지면서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투자 성격 자금 유입

최근 외국인 매수세의 또 다른 특징은 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1조7300억원, 385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국내 주식에 돈이 유입됐다는 점은 그만큼 한국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계 자금 유입을 두고 일각에선 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중국에서 생산된 소재와 부품을 배제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차전지·반도체 관련주가 포함됐다.다만 추세적 반등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만만찮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대부분 쇼트커버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서형교/심성미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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