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기 관측하러 한국 온 NASA 항공기는 '거대한 실험실'

내달 2일까지 ACCLIP 사업…대류권·성층권 대기 자료 연구·분석
"코로나19 전후 대기질 구체적으로 비교 가능"
"몬순(여름철 계절풍)을 떠올리면 보통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지요. 우리는 거꾸로 지표에서 대기 상층으로 무엇이 올라가느냐에 관심을 두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
5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 NASA(미국 항공우주국), NCAR(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로고가 박힌 항공기 두 대가 한국 취재진을 맞이했다.

NASA와 NCAR, 한국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들은 이날 취재진을 오산 미 공군기지로 초대해 지난달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진행되는 '아시아 여름철 계절풍 대기화학·기후변화 영향 연구사업(ACCLIP)'을 소개했다. 미국 고고도 항공기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대류권·성층권에서 측정한 각종 대기 자료를 연구·분석하는 사업이다.

NCAR 소속 로라 판 박사는 간담회에서 "대류권에서는 대기 물질이 항상 수직적으로 서로 섞인다"며 "지표상의 대기 물질이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대기 물질이 성층권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류권은 구름과 비 등의 일기 현상이 일어나는 대기권의 최하층으로, 약 10㎞ 고도까지 해당한다. 대류권 위에 있는 성층권의 고도는 약 10∼50㎞다.
NASA 항공기 WB-57은 원래 1940년대 폭격기로 개발됐지만, 1960년대 개량 작업을 거쳐 날개 길이를 2배로 늘리면서 고고도(7∼12㎞) 비행이 가능해졌다. 평소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에 있다가 이번 사업을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

폭격기라는 당초 목적에 걸맞게 조종사를 포함해 두 명만 탑승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WB-57이 하늘에서 보내오는 자료를 지상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NCAR 항공기 G-5(V)는 원래 여객기로 만들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 개량 작업을 거쳐 현재와 같은 용도로 쓰이게 됐다.

여객기 출신답게 실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지만, 장비가 워낙 많아 조종사와 과학자 등 10명 미만만 탑승할 수 있다.

항공기 자체가 거대한 실험실인 셈이다.

성층권까지 올라가는 WB-57과 달리 G-5는 대류권을 날아다니며 대기 물질을 수집하고 분석한다.

두 항공기가 수집·측정하는 기체는 60개가 넘는다.

이 기체들은 상호 작용하면서 섞이기도 한다.

ACCLIP에 참여한 구자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지표 위주로 대기 환경을 생각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대기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사업이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대기가 깨끗해졌다는 사실이 이미 잘 관측되고 있다"며 "이번 사업으로 코로나19 전후 대기질을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핫이슈